
‘다른 사람들의 멋진 모습만을 골라 그것들을 모두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이런 생각을 해 보신 적은 없는지요? 그런데 그런 소망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기대한 것처럼 만족스럽고 행복할까요?
주위 환경에 따라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카멜레온,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런데 정작 카멜레온은 자신의 그런 모습과 재능이 마음에 들지 않나 봅니다. 어느 날 동물원에서 다른 동물들을 본 카멜레온은 그들의 멋진 모습과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비교하며 우울해합니다. 그리고 그들처럼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카멜레온이 소원을 빌 때마다 그 모습이 변해 갑니다. 북극곰처럼, 플라밍고처럼, 여우처럼, 물고기처럼, 사슴처럼, 기린처럼, 거북이처럼, 코끼리처럼, 또 물개처럼. 결국 카멜레온은 자신이 부러워하던 다른 동물들의 모습을 모두 갖게 됩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카멜레온은 행복해졌을까요?
색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에릭 칼의 작품답게 알록달록한 색감이 돋보입니다. 그림에 생동감이 넘치고 동물들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카멜레온이 점점 더 기묘한 모습으로 변해 갈수록 아이들의 즐거움도 함께 커집니다. 익살스럽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나다운 나’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집니다.
혹시라도 지금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으신지요? 타고난 것도, 주어진 것도 달라 불공평해 보이는 세상에서 그런 마음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왜 다른 사람처럼 되고 싶은 걸까? 바라는 대로 되면 정말 더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충분한 성찰이 없다면, 설사 원하는 것을 얻는다 해도 만족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알게 되길 바랍니다. 본래의 나, 본래의 내 모습이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내가 나일 때 가장 편안하고 가장 빛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소중히 여기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을.
내 아이가 왜 그토록 사랑스러운지 생각해보십시오. 잘나서도, 뛰어나서도 아닐 겁니다. 어떤 모습이든 바로 내 아이이기 때문이지요. 부족해 보이는 부분조차 그 아이의 일부이기에 우리는 기꺼이, 때로는 더 깊이 사랑합니다. 아이 역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부족한 부분까지도 나의 일부로 인정할 때, 우리는 더 단단해집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그 모습에 당당한 사람은 조용히 빛이 납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믿습니다.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진정으로 사랑받기 원한다면, 나 자신이 되어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사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다른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가 이미 차지했으니까요.

고광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 슬로우 미러클 영어 그림책 박물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