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러시아산 원유 제재 예외’ 또 재연장…“호르무즈 봉쇄 공급난 완화”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단체사진 촬영을 준비하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러시아산 원유 거래를 제한한 제재의 예외 조처를 30일 재연장했다. 이란전 장기화와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자, 이미 유조선에 실려 해상에 묶여 있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한해 일부 국가들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 중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엑스에 “재무부는 가장 취약한 국가들이 현재 해상에 발이 묶인 러시아산 원유에 일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30일간의 임시 일반 면허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연장은 추가적인 유연성을 제공할 것이며, 필요할 경우 해당 국가들에 개별 허가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에 따르면 이번 면허의 효력은 오는 6월 17일까지 유지된다.

이번 조처는 지난 16일 기존 제재 예외가 만료된 뒤 이틀 만에 나온 재연장 결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이란전 발발 이후 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자, 러시아산 원유 일부에 대한 제재 예외를 처음 도입했고 지난달 한 차례 연장했다. 이번 결정으로 제재 예외가 석달째 이어지게 됐다. 앞서 베선트 장관은 지난달 청문회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러시아가 새로 생산하거나 최근 선적한 원유는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존 면허와 마찬가지로 이미 특정 시점 이전에 유조선에 실려 해상에 머무는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한정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면허가 지난 4월17일 기준 이미 선박에 실려 있던 물량에 적용된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번 조처가 “실물 원유 시장을 안정시키고, 에너지 취약 국가들에 원유가 공급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중국이 할인된 가격의 원유를 비축할 수 있는 능력을 줄임으로써 기존 공급 물량이 가장 필요한 국가들로 재배분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 제재를 받는 러시아산·이란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대량 구매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에 제재 예외 연장을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조처는 유럽 동맹국과 우크라이나 쪽의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원유 제재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찰스 리치필드 애틀랜틱 카운슬 지경학센터 부소장은 로이터통신에 “러시아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이야말로 제재로 러시아를 강하게 압박할 시점일 수 있다”며 “그러나 행정부가 그런 결론에 도달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14명의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베선트 장관에게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향해서는 고강도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시적 제재 완화 조치를 예정대로 만료시켰으며, 이란산 원유를 가공하는 중국 내 소규모 독립 정유사들을 겨냥해 ‘경제적 분노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미 재무부는 이란산 액화석유가스(LPG)를 오만 및 이라크산으로 위장해 밀수입한 의혹을 받는 인도의 아다니 엔터프라이즈에 2억 7500만 달러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하며 제재 준수를 압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방중 직후 기자들에게 “중국 소규모 정유사에 대한 제재 해제를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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