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오이시디(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5년 내내 자살사망 주원인 1위를 차지한 정신건강 문제(보건복지부의 2016~2020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의 치료 기관인 정신병원에서 학대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된다는 이야기, 대부분은 아직 수면 아래 있다.
한겨레는 2024년 7월 춘천예현병원을 시작으로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한 울산 반구대병원까지 전국 각지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사망사건 등을 집중보도해왔다. 환자가 252시간이나 격리·강박되었다가 사망하거나 5년간 중증 지적장애인 4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한 두 병원 사건은 정신병원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는 단초가 되었으나,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기만 하다. 정신병원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들을 되짚는다.
46살의 여성 지적장애인 ㄱ씨가 울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 여성휴게실에서 숨을 몰아쉬며 누워있는 모습으로 발견된 것은 2023년 1월15일 오전이었다. 인근 대학병원으로 응급이송된 그는 ‘두개 내 열린 상처가 없는 외상성 경막하출혈, 수상기전 미상의 두부 수상에 의한 외인사’ 판정을 받았다. 겉으로 보기에 머리가 찢어지거나 뼈가 드러날 정도의 큰 상처는 없었으나 외부 충격으로 뇌를 싸고 있는 ‘경막’ 아래에 피가 고인 채 사망했다는 의미다. 머리를 다친 것은 확실한데 넘어져서 생겼는지, 구타를 당했는지, 아니면 어딘가에 부딪혔는지 그 경위는 아직 알 수 없다.
2년 뒤인 2025년 2월7일에는 같은 병원에서 29살 남성 지적장애인 ㄴ씨가 병동 내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중 ‘엎드려 누운 채 입술 주위에 청색증이 나타난 상태’로 간호조무사에게 발견됐다. 의료진은 ㄴ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무호흡·무맥박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에도 호전이 없어 당일 ‘상세불명의 심장정지’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

이들의 사망 사실은 지난달 14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울산 반구대병원 직권조사 결과를 전하는 기자 브리핑에서 병원장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발하며 공개한 결정문에 담겼다. 이 병원 폐쇄병동에서 2022년과 2024년 발생한 지적장애인 환자의 폭행·사망사건이 보도된 뒤 인권위가 보건복지부와 합동조사를 벌인 끝에 추가로 밝혀낸 3건 중 2건이다. 나머지 1건은 2022년 6월, 54살 남성 환자가 샤워실에서 자살한 사건이라고 한다.
두 사람의 사인은 명확하지 않다. 2023년 ㄱ씨 사망과 관련해 병원 쪽은 “안전사고가 아닌 질병(뇌출혈)에 의한 것이어서 ‘환자안전사고(낙상)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간호기록지엔 ‘외상성’ 뇌출혈로 사망했다고 돼 있다. 2025년 ㄴ씨 사망 역시 병원 쪽은 ‘갑상선 질환’ 탓으로 돌렸지만, 이송된 인근 병원은 ‘상세불명의 심장정지’를 사망 원인으로 진단했다.
이들이 정말 당일 아무런 외부 충격 없이 사망했는지, 병원 쪽의 숨김은 없었는지 밝히는 것은 경찰 몫으로 넘어갔다. 울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공익단체로 구성된 반구대 정신병원 공동대책위원회와 인권위의 병원장 등 고발에 따라 수사 인력을 대거 투입해 이들 변사사건을 수사 중이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한겨레에 “4명으로 구성된 1개 팀이 1개 사건씩 맡아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인과 별도로 반구대병원 사망 사건들에서 주목할 점은 피해자 대부분이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5명 중 4명이다. 자살로 기록된 나머지 1명은 지적장애인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법상 지적장애인이란 “정신 발육이 항구적으로 지체되어 지적 능력의 발달이 불충분하거나 불완전하여 일처리와 사회생활 적응이 상당히 곤란한 사람”이다. 통상 지능지수 70 이하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처럼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이들이 치료·보호받기 위해 의료기관에 입원했다가 주검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지적장애가 곧 정신질환이 아닌데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현실부터 온당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2026년 2월 현재 반구대 병원에 입원 중인 202명 중 63.8%인 129명이 발달장애인이다. 이들 가운데 자폐성 장애인도 있지만, 절대 다수는 지적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가 입수해 확인한 이 병원 폐쇄병동의 2022년 1월18일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보면, 지적장애인이 병동 내에서 어떠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적장애인 김도진(가명, 32살)씨의 사망 직전 상황이 나오는 이 영상 속에서 다른 환자들 간 폭행 장면도 수차례 포착됐다. 주로 건장한 환자가 작고 왜소한 환자들을 구타하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도 병원 의료진의 개입이나 통제는 전혀 없었다.
지적장애인들은 어쩌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했을까. 가족이 돌보기 어렵고 장애인복지시설에서도 받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대체로 “지적장애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고 중등도 이상의 경우 10대 후반부터 행동문제가 있어 정신질환 증상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2022년 반구대병원에서 사망한 김도진씨는 길거리 횟집 수족관에서 맨손으로 활어를 꺼내는 등의 행동장애 문제가 반복되다가 가족 돌봄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병원으로 오게 됐다.
익명을 요청한 정신과 전문의 ㄷ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적장애와 정신장애는 분명히 다른데, 지적장애인의 정신병원 입원 여부를 판단할 때 정신장애 진단명 중 적당한 걸 붙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령 보호입원 심사 과정에서 ‘기질적 인격장애’ 같이 모호하게 진단 내리고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면 된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이승헌 사무국장은 “발달장애인의 경우 행동 특성을 ‘치료가 필요한 증상’으로 규정해 강제입원시키면, 외부에서 이를 ‘부당한 수용’이라고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 ㄷ씨는 ‘사회적 입원’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말 치료할 병이 있어서라기 보다 가정에서 돌보기 어렵고 이를 맡을 지역사회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에서 불가피한 최후 수단이었다는 얘기다. 그는 “지적장애라는 특성으로 인해 가족을 때리거나 하는 심각한 폭력성이 나타날 경우 제한된 기간 내 집중적인 행동요법 및 안전 확보를 위해 특정 시설이나 병원에 입소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금처럼 1년 이상 장기 입원돼 있는 건 격리일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2022년 사망한 김도진씨의 경우 반구대병원에 10년 이상 수용돼 있었다.
발달장애인 부모가 중심이 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윤종술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의 도전적 행동(행동장애)을 정신병원에서 효과적으로 중지시키기 어렵다. 특별한 대안 없이 정신과 약물투여만 계속해 장기 입원을 시키는 걸 치료라고 하는데, 이런 상태로 장기간 격리되면 회복과 지역사회 적응만 더 어려워진다”고 했다. “행동중재 전문가와 작업 치료사 등을 중심으로 한 행동중재센터 등 국가 시스템을 확충하는 게 정신병원 입원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정신병원 입원 문제나 사망 사건에 대한 공론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반구대병원 문제는 발달장애인 운동단체에서도 주목받지 못했다. 정신장애인 단체들은 조직력이 약하다. 정신병원에 수용된 이들이 처절하게 고립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 실제 수많은 장애인단체 중에서 반구대병원의 지적장애인 입원과 사망에 관해 성명서를 낸 단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같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시설장의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인천 강화 색동원 사건에 견줘서도 반구대 병원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크게 적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각각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색동원과 반구대병원 사건은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데이터 분석시스템인 빅카인즈 검색량에서 각각 839건과 51건(13일 기준)으로 2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반구대 정신병원 공동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시설은 ‘서비스 제공’이 목적이므로, 인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지자체의 관리 감독 책임을 묻거나 시설 폐쇄, 탈시설 지원 등을 요구하기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탈시설 권리’ 등과 관련해 심각한 사건이지만, 반구대병원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물을 대상이라도 있는 시설과 달리, 정신병원의 경우 ‘치료’ 명분이 개입되는 순간 인권의 영역은 의학적 판단 뒤로 밀려나기 일쑤라는 의미다.

정신과 전문의 ㄷ씨는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정신과 의사들 사이에선 반구대병원이 좋은 일 하다 억울하게 욕 먹고 있다는 동정론이 돈다”며 “다른 병원에서 안 받아주는 지적장애인들을 반구대병원이 받아주고 가족 대신 치료해주고 돌봤는데 일부 언론 보도와 정신장애인 당사자 단체의 항의로 고생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고 전했다.
결국 뿌리는 편견일까. 인권위에서 반구대병원 사건을 조사한 권미진 장애차별조사2과 조사관은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권 조사관은 “장애인 인권과 관련해 처음엔 신체장애인을 중심으로 보다가, 이 부분이 어느 정도 달성되면 발달장애로 간다. 우리 사회가 지금 딱 여기에 와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병원은 정신 이상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라고 여긴다. ‘발달장애인이 왜 정신병원 가느냐’는 의문에 이를 수준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