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전쟁의 본질을 제대로 보려면, 전쟁 시작 전과 종전 협상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등장한 두 사람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절친 스티브 윗코프다. 두 사람은 서로 동업자이기도 하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 2월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쿠슈너와 윗코프가 핵에 관한 전문적 지식만 있었더라도 전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날 미국 대표단의 맞은편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2015년 핵 협상을 성사시켰던 이란의 노련한 전문가 협상단이 앉아 있었다. 이란 대표단은 핵 문제와 협상 방식에 대해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었다. 이란은 7쪽 분량의 제안서를 제시했고 옵서버로 참석한 영국 전문가가 이를 “매우 놀랍다”고 평가할 정도로 이란은 양보와 유연성을 보였다. 반면 쿠슈너와 윗코프는 이란이 제시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에 폭탄을 투하했다. 외교 협상의 실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트럼프 특사들에 대한 이란의 신뢰는 완전히 무너졌다. 이후 종전 협상에서 이란이 미국 대표를 제이디 밴스 부통령으로 바꾸라고 요구한 이유다.
지난 3월 말 쿠슈너는 마이애미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관한 사우디 투자 콘퍼런스 무대에 섰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문명 전체를 파괴하겠다”며 이란 테헤란에 비처럼 폭탄을 퍼붓고 있었고, 호르무즈해협엔 기뢰가 매설되고 있었다.
쿠슈너는 자신의 재정적 이익과 장인이 맡긴 임무를 능숙하게 결합시켰다. 쿠슈너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무함마드 왕세자와 긴밀한 개인적 유대 관계를 구축했다. 전쟁 중에 사우디 투자를 유치하러 나선 쿠슈너와 함께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란과의 전쟁 장기화를 부추긴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는 홀로코스트에서 생존한 폴란드계 유대인인 찰스 쿠슈너의 아들이다. 찰스 쿠슈너는 뉴저지에서 부동산 개발업으로 거부가 되었고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3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네타냐후가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 등으로 10여년 동안 미국에 있었을 때 주말엔 늘 쿠슈너의 집에 머물렀고 가끔씩은 당시 10대였던 재러드 쿠슈너의 침대에서 잠을 잤다는 일화가 있다.
쿠슈너는 트럼프 1기에도 백악관의 실세 중 실세였다. 국무장관도 그를 거쳐야 트럼프에게 보고할 수 있었다. 쿠슈너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최대한 밀착시키는 역할을 했다. 중동 지역에서 이란을 제외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아랍권 국가들과 이스라엘을 협력 관계로 엮어내면서 이란을 왕따 시켰다.
윗코프와 트럼프도 40년 넘는 끈끈한 관계다. 1986년 서른을 앞둔 초짜 변호사였던 윗코프는 야근을 하다 맨해튼에서 한국계 이민자들이 운영하는 식당인 델리에서 트럼프를 만났다. 마찬가지로 사무실에서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일하다 샌드위치를 사러 나온 트럼프가 지갑이 없어 당황하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윗코프가 대신 계산을 해준 게 인연이 됐다.
윗코프는 맨해튼에서 부동산 관련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고, 트럼프는 한창 잘나가는 부동산 개발업자였다. 그때로부터 7~8년 뒤 어느 행사장에서 윗코프가 트럼프를 만났는데 트럼프가 먼저 그 샌드위치 계산을 기억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 이후 윗코프는 트럼프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변호사로 큰돈을 벌었다. 윗코프는 트럼프가 정치권에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가장 가까운 골프 친구가 됐다. 트럼프보다 10살 정도 젊은 윗코프는 트럼프가 어렵고 곤란한 상황이 되면 반드시 그의 곁에 있었다. 2024년 7월 선거 유세 중에 트럼프가 총을 맞았을 때도, 두달 뒤 마러라고 골프장에서 트럼프가 또다시 저격을 당할 뻔했을 때도 윗코프가 함께 있었다.
트럼프 2기에서도 쿠슈너와 윗코프는 외교·안보의 실세로 전면에 나섰다. 이 두 사람은 중동특사의 역할을 훨씬 넘는 실세 중의 실세다. 부통령, 국무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 전쟁부 장관을 사실상 지휘·감독한다. 트럼프가 외교·안보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최종적으로 이 두 사람과 논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쿠슈너와 윗코프는 백악관의 특사 자격으로 전세계를 누비며 하마스와 블라디미르 푸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그리고 이란 협상단을 만났다. 하지만 이들은 외교관이 아닌 사업가다.
그들의 ‘외교’ 방식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이다. 그들의 목표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그다음이 진짜 목표다. 쿠슈너와 윗코프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페허로 변한 가자지구에 화려한 특별 경제구역을 건설하려는 야망을 불태우고 있다. 6천만톤의 잔해와 수많은 주검과 유골, 불발탄이 묻혀 있는 곳이다. 쿠슈너는 이곳에 데이터센터, 고층빌딩, 5성급 호화 호텔, 카지노 타운, 첨단 제조시설, 해변의 리조트 타운이 들어서고 암호화폐로 운영되는 경제특구가 들어선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사막으로 이동시킬 궁리를 하고 있다. 네타냐후의 ‘정착촌 건설’의 민낯이다.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부동산 개발의 귀재인 윗코프와 미국 내 우파 유대인들 자본의 중심이 된 쿠슈너를 함께 중동특사로 임명한 속뜻은 무엇인가. 국제 부동산 개발사업이다. 트럼프는 “실리콘밸리의 저 기술기업 엘리트들의 꼴을 언제쯤 안 보게 될까”라고 말한 적도 있다. 메타, 아마존, 테슬라, 애플, 페이팔 등을 일컫는 말이다. 트럼프는 부동산 개발, 리조트 건설, 카지노 사업이 전문이다. 전쟁 속에 폐허가 되는 지구촌 곳곳의 개발을 독점하겠다는 것이 그의 속내다. 트럼프라는 이름이 이제는 더 이상 투표용지에 오를 수 없는 것을 그가 모를 리 없다. 미국 내에선 자신의 부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푸틴과 시진핑 등 권위주의 권력과 돈으로 결합하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할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종전 협상 타결안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기반시설을 재건하는 사업에서 미국이 수익의 50%를 가져간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쿠슈너, 윗코프는 ‘평화’라는 명분을 최대한 활용해 돈벌이를 극대화하려 한다. 쿠슈너와 윗코프는 유엔을 감독하고 통제한다는 명분으로 트럼프가 조직한 평화위원회의 핵심 구성원이다. 지난 2월 이 평화위원회의 첫 회의가 워싱턴 소재 미국 평화연구소에서 열렸다. 가자지구 재건과 이를 위한 대규모 기금 조성이 주 의제였다. 40여개국 정부 대표단과 10여개국의 참관단이 참석했다. 한국은 참관국(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했다. 가자지구 재건 사업을 미국(쿠슈너)이 주도하기로 하고, 미국이 100억달러를,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 9개국이 총 70억달러를 내기로 약속했다. 국제 분쟁의 해결을 ‘거래적 접근’과 ‘미국 주도의 독자적 기구’로 운영하겠다는 신호탄이다. 트럼프 방식의 ‘지구촌 평화 만들기’다.
트럼프는 2018년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해변을 언급하면서 “그들이 바다를 향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나는 그 배후에 있는 해변을 보게 된다. 저 경치를 보라, 훌륭한 콘도가 들어설 자리가 아니냐”고 했다. 트럼프는 “북한은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있다. 부동산 관점에서 보면 정말 환상적인 위치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북한의 동해안 해변이 관광지로서 가치가 높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회담장에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맞이할 미래상을 담은 ‘기회의 이야기’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고속열차, 현대적 빌딩, 그리고 원산으로 보이는 해안가의 리조트 등 북한 개발의 청사진이 담겨 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 영상이 외교문서라기보다 부동산 개발업자의 고급 콘도 분양 광고 같다는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의 특사 쿠슈너와 윗코프가 평양을 찾아가는 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