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지 않는 즐거움’…NOLO 열풍에 맥주업계 ‘제로 경쟁’

오비맥주의 카스 무·비알코올 맥주들. 오비맥주 제공

30대 직장인 박아무개씨는 최근 들어 비알코올 맥주인 ‘하이네켄 0.0’를 편의점에서 즐겨 찾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며 맥주를 곁들이곤 했지만, 지난해부터는 ‘집에서까지 취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며 무·비알코올 맥주로 눈을 돌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씨는 “일반식당에서도 무·비알코올 맥주를 더 많이 팔면 좋겠다”며 “회사 회식 때는 분위기상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무알코올 맥주를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술 대신 무알코올·비알코올(알코올 함량 1% 미만)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른바 ‘NOLO(No and Low Alcohol)’ 트렌드가 새로운 음주 문화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글로벌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가 연평균 7.8% 성장해 2025년 240억달러에서 2035년에는 508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관련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논알코올 맥주 구매 고객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은 44%로 집계됐다. 일반 주류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이 29%인 점을 고려하면 젊은 층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셈이다. 판매 증가세도 뚜렷하다. 올해 1∼4월 이마트의 무·비알코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증가했으며, 2024년과 비교하면 85.1% 증가했다. 시장 확대에 맞춰 이마트는 2022년 약 20여종이던 논알코올 맥주 품목 수를 현재 40여종으로 2배 이상 늘렸다.

국내 주류업계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정리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무·비알코올 제품군을 확대하는 등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엔 하이트진로음료가 지난 3월 무알코올 맥주인 ‘테라 제로’를 새롭게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엔 자몽 향을 더한 ‘하이트제로 0.00 포멜로향’과 ’하이트논알콜릭 0.7%’ 등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신제품을 추가하며 관련 제품군 확대에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다른 주류기업도 마찬가지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8월 알코올·당류·칼로리·글루텐이 모두 없는 무알코올 맥주 ‘카스 올제로’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해 1월 비알코올 맥주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출시하며 관련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어 지난해 11월엔 크러시·클라우드 20L 등 생맥주 제품의 생산 중단을 결정하는 등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을 정리했는데, 당시 회사는 맥주 카테고리 내 캔·병 제품에 집중하고 비알코올 맥주 등 기능성 맥주 제품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가 무·비알코올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는 전반적인 주류 소비 감소와 관련 시장의 빠른 성장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술 소비는 2015년 이후 최근 10년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정부에 신고된 연간 국내·수입 주류 출고량은 지난 2015년 약 407만4천㎘에서 2024년엔 351만6천㎘로 약 13.7% 감소했다.

반면 무·비알코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13억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021년 415억원, 2023년 644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7년엔 1천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약 10조원 규모인) 전체 주류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아직 유의미하게 크다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인 것은 사실”이라며 “업체들이 관련 제품군 확대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판매 증가세도 가파르다. 오비맥주는 비·무알코올 브랜드의 올해 1분기 판매액이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국내 최초의 무알코올 맥주인 하이트제로 0.00의 경우, 닐슨코리아 데이터의 집계를 보면 2025년 판매액이 약 20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21.8%, 2023년보다 64.7% 증가한 수치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조회 106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