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을 갚지 못해 은행의 특수채권으로 넘어간 차주가 60만명에 이르지만 이들 상당수는 채무조정이나 개인파산 같은 공적 구제 절차에 닿지 못한 채 민간 추심망 안에 머물러 왔다. 특수채권 관리를 맡은 신용정보회사들이 채무자에게 공적 구제 절차를 적극적으로 안내할 유인이 크지 않은 데다 장기 연체 차주 상당수는 연락조차 닿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은행별로 3∼5개 신용정보회사에 특수채권 관리를 맡기고 있다.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은 각각 케이비(KB)·신한·우리신용정보 등 금융지주 산하 신용정보 자회사에도 관리를 위탁하고 있다.
신용정보회사는 연체채권을 직접 사들이거나 위탁받아 추심해 수익을 내는 회사다. 특수채권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인 만큼 채무자에게 채무조정이나 개인파산 등 공적 구제 절차를 안내할 유인은 크지 않다.
특수채권 차주 상당수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신용정보회사 근무를 경험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특수채권 차주 약 400명을 관리했는데 실제 연락이 닿는 사람은 50∼60명 수준에 불과했다”며 “공적 구제 절차를 안내하는 것은 회사의 이익과 배치되는 데다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절차로 연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출범한 새도약기금을 통해 일부 차주는 채무 소각이나 감면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도약기금은 장기 연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돕기 위해 5천만원 이하·7년 이상 장기 연체 채권의 일괄 매입을 추진해 소각하는 배드뱅크다.
은행들이 사실상 회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특수채권으로 편입한 차주 60만8028명 가운데 연체 원금이 5천만원 이하인 차주는 55만3969명이다. 이들 중 연체 기간이 7년을 넘은 차주는 새도약기금의 채무 소각 대상이 된다.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에서 빠진 차주들도 공적 채무조정이나 개인회생·파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상담을 받으면 차주의 상황에 맞는 제도를 안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