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외교부가 한국 선박 에이치엠엠(HMM) 나무호 피격에 대해 “어떤 행위자에 의해 벌어진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공격 주체가 이란이 아니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 18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주간 기자회견에서 나무호 피격 관련 양국 외교 장관의 통화에 관한 질문에 “우리는 한국과 좋은 양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은 해상 항행 안전 문제에 대해 자체적인 우려를 가지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항상 서로 협의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대변인은 “우리 역시 이 사건이 역내 어떤 행위자에 의해 벌어진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이란의 공격이 아니란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조현 외교부 장관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나무호 피격과 관련한 이란 쪽 입장을 요구했다.
바가이 대변인은 이란의 소행으로 위장한 공격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변인은 “모든 국가는 역내 일부 세력들이 지역 불안정을 심화시키기 위해 어떤 행동도 마다치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거짓 깃발 작전’을 과소평가하거나 단순한 이론적 개념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은 이미 여러 차례 실제로 발생해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란 외교부는 아라그치 장관이 조현 장관에게 중동 지역의 불안정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서 “아라그치 장관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며 “중동 지역에 강요된 불안정과 이로 인한 세계적 후과는 미국과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침략 행위 탓으로, 국제사회가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나무호는 지난 3일 호르무즈해협에서 불상의 비행체의 타격을 받았다. 미·이스라엘-이란전쟁 발발 후 해협에서 공격받은 33번째 선박이었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지난 14일 “이란 이외에 다른 어떤 주체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공격 주체가 확인될 경우 “응분의 외교적 공세를 취할 것”이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잔해를 지난 15일 한국에 들여왔으며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 전문가들이 정밀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별개로 나무호가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10여명 규모의 기술분석팀을 보내 현지에서 추가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