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열린 텀블러 판매 행사에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을 빚은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대표를 경질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논란에 대해 “공동체와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며 비판하고 나서고, 시민·사회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 데 따른 조처다.
18일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이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 대표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스타벅스코리아 최대주주 이마트를 비롯한 신세계그룹을 이끌고 있다.
스타벅스는 이날 오전 10시에 ‘탱크 시리즈’ 텀블러 판매를 시작하며 누리집에 ‘탱크데이’라는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탱크데이’라는 문구 위·아래로 ‘5/18’이라는 날짜를 담았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넣었다. 이에 대해 ‘탱크데이’라는 문구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탱크 진압을 연상케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책상에 탁!’ 문구를 두고도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가 발표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내용이 연상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전 트위터)를 통해 “역사적인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광주 희생자들과 광주 시민들의 피어린 투쟁을 모독하는 ‘5·18 탱크데이’ 이벤트라니 믿기지 않는다”며 질타했다. 이어 “그날 억울하게 죽어간 생명이 대체 몇이고 그로 인한 정의와 역사의 훼손이 얼마나 엄혹한데 무슨 억하심정으로 이런 짓을 저질렀느냐”며 “대한민국 공동체와 기본적 인권 민주의 가치를 부정하는 이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한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행정적, 법적, 정치적 책임이 주어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도 강하게 반발했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인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어 “민주주의의 피맺힌 역사를 상업 마케팅의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명백한 역사적 참사”라며 “하필 이날을 골라 행사를 진행한 것은 유가족과 광주 시민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는 “민주주의 역사와 5·18 민중항쟁을 모욕하는 어떠한 행위도 반복되지 않도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도 논평을 통해 “광주 시민에게 ‘탱크’는 신군부 국가폭력의 참혹한 아픔이며, ‘책상에 탁!’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은폐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며 경위 규명과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이날 오후 스타벅스는 해당 게시물을 전면 삭제했다. 스타벅스는 손정현 대표이사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표현이 담긴 마케팅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으신 5·18 영령과 오월 단체, 광주 시민분들, 그리고 박종철 열사 유가족분들을 비롯해 대한민국 민주화에 앞장섰던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