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진핑이 제안한 ‘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 동의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빈 환영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미-중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 구축에 미국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며 전방위적 압박을 가해온 미국이 중국이 제시한 ‘관계 틀’을 수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중 관계가 실제 ‘전략적 안정’을 추구하는 단계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각) 미 백악관은 지난 14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담은 팩트시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미·중이 공정성과 호혜성을 토대로 전략적 안정에 기반한 건설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방향으로 협력과 통제된 경쟁을 기반으로 한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를 제시했다. 두 강대국의 충돌이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상호 안정을 추구하자며, 패권국 미국과 대등한 경쟁을 하는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한 것이다.

지난 14일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설적·전략적 안정 관계를 양국 관계의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하는 데 찬성했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관계 틀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의 동의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날 백악관이 두 정상이 공감대를 이뤘다고 공식 확인한 것이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이 미국에 대등한 위상을 강조하며 ‘신형 대국 관계’를 제안하고,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존중을 요구했을 때 이를 거부했던 것과 달라진 반응이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장기화 등으로 국내외에서 정치·경제적 압박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전략적 안정’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왕융 베이징대 교수(국제관계학원)는 한겨레에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력하고 경쟁하는 지위에 올랐음을 보여줬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이날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확인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날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미국 농산물 대량 구매와 미-중 무역·투자 협의체 설립 등 경제 성과도 내세웠다. 백악관은 중국이 2026년부터 2028년까지 매년 최소 170억달러 규모의 미국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2025년 10월 약속한 대두(콩) 구매분과 별도라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중국은 또 400개 이상의 미국 쇠고기 시설에 수출 허가를 갱신하고, 미국 쇠고기 시설에 대한 모든 제한 조처를 해제하기 위해 미 규제당국과 협력하기로 했다. 양국은 무역위원회와 투자위원회 설립에도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면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도 이란에 촉구했다. 또 어떤 국가나 기관도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중국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약속했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이란에 물적 지원을 제공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집중했고, 그것이 그가 얻어내고 확인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워싱턴/이정연 김원철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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