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계성 범죄 피해자 522명 민간경호 지원했지만…1~2주 단기지원이 46%

3월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지난 1년여 동안 스토킹, 교제폭력 등 관계성 범죄에서 ‘고위험’ 상황에 놓인 피해자 500여명에게 경찰의 ‘민간경호’가 지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호원이 피해자를 밀착 경호하는 이 제도는 지난해 3월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집착과 보복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뤄지는 관계성 범죄의 특성에 맞지 않게 실제 경호 기간의 절반 가까이가 1~2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보호 조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고위험 범죄피해자 민간경호 지원 사업 현황’을 18일 보면,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원 대상자는 522명이었다. 지원 대상인 피해자는 여성이 502명으로 압도적이었다. 가해자는 남성이 515명으로, (전)연인·부부가 397명(76%)으로 가장 많았고 이웃·지인 57명, 가족·친척 28명, 업주·손님 21명, 면식 없음 19명 순이었다. 피해 유형별로 보면 스토킹 284건, 가정폭력 123건, 교제폭력 44건, 협박 30건 등으로 집계됐다.

민간경호 지원 사업은 민간 전문 경호원 2명이 하루 10시간씩 관계성 범죄 피해자들을 경호하는 제도로, 2023년 6월부터 2년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시범 운영한 뒤 지난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심사위원회’는 안전조치 제도를 신청한 피해자 가운데 △가해자 흉기 사용 가능성 △접근 금지 조치 위반 여부 △주거지·직장 주변 배회 등 반복적 스토킹 △가해자 범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험성이 큰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보호 조처에 나선다.

다만 한정된 예산 탓에 보호 기간은 한정적이고, 민간경호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쉽지 않다.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는 오랜 기간 반복·지속되지만 실제 경호 기간은 8~14일이 242건(46.3%)으로 가장 많았다. 최장기간인 22∼28일은 33건(6.3%)에 그쳤다. 민간경호 지원 도중 실제 가해자가 붙잡히거나 제지된 사례는 17건이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쉽지 않다. 특히 지난 3월 ‘남양주 스토킹 살해 사건’ 피해자도 범죄 피해자 안전조치 제도를 신청했지만, 민간경호 지원 대상은 되지 못했다. 당시 사건 피의자 김훈은 범행 10개월 전 흉기 위협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피해자 직장 주변을 배회했고 성범죄 전력으로 전자발찌까지 착용한 상태였다. 충분히 고위험 피해자로 분류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지원 대상에 들지 못한 셈이다.

경찰이 지난 4월 남양주 사건을 계기로 진행한 관계성 범죄 전수점검 결과, 점검 대상 사건 2만2388건 중 고위험 사건은 1626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경찰은 현재(14일 기준) 추세대로면 올해 민간경호를 지원할 수 있는 사건은 350건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정한다. 민간경호 지원 사업으로 편성된 올해 예산이 24억5천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위험도에 따라 대상자를 분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고위험 피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법무부에 예산 증액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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