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주주환원 확대 경쟁, 펀더멘털 약화 초래할 수도”

연합뉴스

밸류업 정책(기업가치 제고 계획)으로 은행 지주사마다 경쟁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면서 금융그룹 자본비율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익창출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주주환원 확대는 금융그룹 전반의 펀더멘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기업평가가 내놓은 ‘은행그룹 주주환원, 이제는 확대보다 균형에 집중할 때’ 리포트를 보면, 국내 7개 상장 은행지주의 지난 1분기 국제결제은행(BIS) 보통주자본비율(CET1·잠정치)은 케이비(KB)·신한·하나금융지주의 경우 13.1~13.6%로 전년말 대비 0.2~0.3%포인트 낮아졌고, 아이엠(iM)·비엔케이(BNK)·제이비(JB)지주도 12.0~12.6%로 0.05~0.1%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유형자산 재평가 덕분에 예외적으로 전년말 12.9%에서 지난 1분기 13.6%로 상승했다. 한기평은 “금융지주마다 최근 상법 개정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적극 확대하면서 자본비율 하락폭이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7개 은행지주에 유입된 현금흐름(합산액)은 자회사 배당금 11조3천억원, 외부 순차입금 2조6천억원이다. 이 자금 중에서 주주환원(배당, 자사주매입)에 쓰인 돈이 9조6천억원으로 현금유출액에서 주주환원 비중이 절대적이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주식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47~77%에 이르는데, 은행지주의 배당성향은 25~30%로 매우 높은 편이다. 현금유입액 중 계열사 지원금(출자, 사채인수, 대여 등)에 쓴 돈은 1조7천억원이다.

주주환원을 확대하면 자연스럽게 자본비율 하락 압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4대 금융지주는 중장기 보통주자본 비율 목표치를 13% 이상(초과분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으로 설정·관리하고, 내년 또는 중장기 총주주환원율(=배당·자사주매입/지배주주지분 순이익) 목표치로 50%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한기평 추산 결과, 2027년 목표 주주환원율 달성에 필요한 자사주 매입액은 케이비지주 1조4608억원, 신한지주 1조2442억원, 하나지주 8541억원으로 추정됐다.

은행지주가 이런 총주주환원율 및 보통주자본비율 목표를 동시에 충족하려면 추가 이익창출뿐만 아니라 위험가중자산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당면 현실은 위험가중자산 증가 압력이 점증하면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고환율로 외화대출액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분의 위험 가중치 하한도 상향 조정(15%→20%)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으로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이 0.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한다. 4대 은행의 경우 작년말 총여신에서 외화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내외로, 지방은행(2% 미만)에 견줘 환율 변동이 위험가중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한기평은 특히, 지주사의 주주환원 확대에 필요한 배당재원을 확보하려고 금융계열사마다 대손충당금을 과소 적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익창출 확대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계열사의 회계상 손실 인식을 뒷날로 이연할 유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향후 대규모 추가 손실 인식이 불가피해져 실적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금융그룹이 정부 정책에 맞춰 시행중인 생산적금융·포용금융도 그 취지와는 별개로 모험 벤처기업 및 취약계층 대출 관련 위험가중자산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말 케이비·신한·우리금융(미국 증권시장 상장 외국법인)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차보고서 공시에서 ‘잠재적 위험 요인 및 불확실성’ 항목에 “생산적금융·포용금융 확대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과 자산 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있다”고 기재했다. 김태현 한기평 금융1실장은 “주주환원이냐 재투자냐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쟁잼인데, 이익창출 확대가 뒷받침되지 않은 무리한 주주환원 확대는 그룹 전반의 펀더멘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그룹마다 이제는 단순한 규모 경쟁에서 벗어나 자본력, 재무안정성에서 균형에 집중하고, 주주환원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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