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90살을 맞은 현역 미술작가가 판화 장르에 대한 대형 개설서를 출간했다. 1960~70년대 한국 전위미술의 선구자로 꼽히는 김구림(90) 작가가 최근 낸 역저 ‘판화 수집의 모든 것’(더모던 펴냄)은 판화의 정의와 역사, 기술적 공정, 수집 가치, 작품 사후 보존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초의 ‘판화 컨설팅북’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13년 전 컬렉터를 위한 입문서 성격의 ‘판화 컬렉션’을 펴냈던 작가는 기존 책 내용에 판화에 얽힌 미술사적 흐름과 전개 과정, 시장 현황 등을 보강하면서 550쪽짜리 큰 책을 만들었다. 책은 모두 10개 장에 걸쳐 판화의 역사적 기원과 목판화·석판화·동판화·실크스크린·입체판화·디지털판화 등의 제작기법, 원본 판화의 기준과 에디션, 판화 유통 시장의 특징, 수집 요령 등을 설명하는 내용이다.
김 작가는 “지난 15년간 미국에서 판화 공방 등을 오가면서 작업하고 연구한 내용과 1978년 문화전문지 ‘공간’ 10월호에 연재했던 원고, 서구 전문가의 저서 등을 토대로 집필했다”며 “작가의 판화는 명백한 원본성을 지닌 작품들인데 아직도 짝퉁 복제물 정도로 취급할 만큼 국내 대중의 인식도가 낮아 숙원처럼 준비해온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책 서두에 판화에 대해 헌사도 적어놓았다. “좋은 판화는 종이 위에서 단독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지며, 거기에서 표현할 수 없는 정신의 향기를 느낀다. 누구든 판화를 한점 곁에 두어보라. 거기에 비할 수 없는 즐거움을 느낄 것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