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남영동 대공분실에 고문 피해자 홍성담 전시 펼쳤다

홍성담 작가가 1986년 고무판으로 제작한 판화 ‘대동세상 2’. 작가가 투옥된 뒤 1990년 독일에서 구명운동 전시를 위해 반출됐다가 지난해 돌아온 판화 연작 가운데 일부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지난해 개관한 서울 용산구 민주화운동기념관은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의 경찰이 박종철 열사 등 민주화 인사들을 고문했던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에 들어서 있다. 국가폭력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에서 1980년대 간첩으로 몰려 고문받았던 민중미술 작가 홍성담(70)씨의 판화와 관련 아카이브 사료를 내보이는 전시가 차려졌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 3월부터 열고 있는 특별전 ‘다시 돌아온 편지’다.

1979~1989년 작가가 새기고 찍은 ‘오월판화’ 연작 등 초창기 판화 41점이 주요 출품작으로 나왔다. ‘오월판화’ 연작은 1980년 광주항쟁에 참여한 민중의 저항, 연대의 장면을 집단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 고무, 목판 등에 새기며 재현한 것이다. 1989년 북한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남한 작가들이 그려 전달한 ‘민족해방운동사’ 걸개그림 작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홍 작가가 그해 공안당국에 끌려가 투옥된 뒤, 이듬해 동료·후배들이 독일에서 구명운동 전시를 기획하면서 이 판화 연작들이 출품작으로 반출됐다. 이후 독일에 계속 보관됐다가 지난해 35년 만에 돌아오면서 울산·부산에서 공개 전시를 먼저 열었고, 올해 서울 순회전으로 관객과 만나게 됐다.

홍성담 작가가 고문의 기억을 떠올리며 2016년 그린 아크릴 그림 ‘욕조-어머니 고향의 푸른 바다가 보여요 2’.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이번 전시에는 돌아온 판화들을 비롯해 홍 작가와 ‘생명평화미술행동’ 예술가들이 ‘남영동 대공분실과 국가폭력’을 주제로 공동 창작한 신작, 국내외 관계자들과 작가가 나눈 서신을 비롯한 관련 기록물 등 50여점이 나왔다. 남산 옛 안기부 조사실에서 물고문을 당했던 기억을 되살려 2016년 그린 아크릴화 ‘욕조―어머니 고향의 푸른 바다가 보여요 2’와 지난해 윤석열 탄핵 시위 현장을 묘사한 동료 화가들과의 협업 걸개그림 ‘키세스군단’ 등도 볼 수 있다.

지난 16일에는 기념관에서 전시 연계 포럼이 열렸다. ‘국가폭력과 문화예술’을 주제로 홍 작가가 발제하고, 1970년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피해자였던 서승 인권운동가, 김종길 평론가, 신용철 기획자와의 토론이 이어졌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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