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크라이나군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대 규모로 러시아 전역을 폭격했다. 러시아군 공습으로 최근 1주일 새 우크라이나에서 52명이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다.
르몽드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17일(현지시각) ‘맥스’ 메신저에 낸 성명에서 러시아군 방공부대가 전날 밤 10시부터 이날 아침 7시까지 “러시아 14개주와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크림반도, 흑해 상공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556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가 하룻밤에 동원한 드론 규모로 최대다.
러시아 모스크바주에만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 74대가 날아들었다. 모스크바시 북동쪽, 북서쪽 마을에서 폭격으로 총 3명이 숨졌다. 모스크바 인근 정유공장에서도 12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접경 벨고로드주에서는 드론이 트럭을 때려 1명이 사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우크라이나 국경으로부터 (모스크바주) 거리는 500㎞가 넘는다. 모스크바주에는 방공망이 최대로 집중돼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압도하고 있다”고 공격 사실을 확인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격이 최근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에 대한 맞불이라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는 9∼11일 한시 휴전 직후인 13일 드론 800여대로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공습한 바 있다. 아파트 등이 붕괴돼 키이우에서만 최소 24명이 숨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1주일(11∼17일) 동안 공격용 드론 3170대 이상, 유도항공폭탄 1300발 이상, 주로 탄도미사일인 여러 종류 미사일 74발을 발사했다”며 이 기간 전국 사망자가 52명, 부상자가 346명(어린이 22명 포함)에 이른다고 했다.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공격이 “러시아가 전쟁을 이어가고 우리 도시들을 공격하는 데 대한 대응”이라며 “러시아인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그들의 나라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썼다.

공습은 격해지는 반면 지상에서의 진격은 양쪽 모두 거의 멈췄다. 뉴욕타임스가 최근 핀란드 군사연구단체 블랙버드그룹,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우크라이나 전황 분석 기관 딥스테이트 자료를 취합한 결과, 2∼4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3개월치 기준 2023년 이후 가장 적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진격 속도면 러시아가 전쟁 목표인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전체를 점령하는 데 30년 이상 걸린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20㎢ 땅을 수복했지만, 이 역시 우크라이나 전체 넓이에 견주면 0.02%에 그친다.
이는 전장 상공이 드론으로 ‘포화’된 결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전선으로부터 15∼20㎞ 상공을 소형 드론(배회형 탄약)으로 가득 채워, 상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어느 쪽도 병력·장비를 대규모로 움직이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양쪽은 드론·미사일 등 장거리 무기로 상대 후방을 때리는 데 몰두하고 있다. 국민의 전쟁 의지를 꺾고, 에너지 시설 등을 멈춰 경제를 말리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습 규모가 비등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자폭 드론의 비행 거리가 최대 2000㎞로 늘어 드론으로 맞힐 목표물이 늘어난 데다,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플라밍고’ 순항 미사일 등도 실전 배치하면서다. 러시아 육군 정보부 출신의 루스템 클루포프 예비역 대령은 3월28일 러시아 매체 비즈네스와의 인터뷰에서 “적은 우리 영토 깊숙한 곳을 비행하는 횟수를 1월 2037번, 2월 3766번, 3월 약 4900번으로 심각하게 늘렸다”며 “이것은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날 상대 영토에 날린 장거리 드론 역시 우크라이나 556대, 러시아 287대로 우크라이나가 약 2배 많았다. 르몽드는 “이날 같은 공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최근 몇달간 더 큰 불안을 느낀 러시아 국민의 동요를 키울 위험이 있다. 국영 전러시아 여론조사센터(VTsIOM)가 4월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5%가 (우크라이나 공습에) 불안을 느낀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