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오적' 반세기 지났지만…"국민 63% 기득권 카르텔 체감"

사상계 최신호, 인식 조사…'사법 공정성' 관련, 부정적 답변 73.5%

관대한 처벌, 부·권력 세습 등 지적…"성역 없는 비판·성찰 필요"

'사상계' 5·6월호
[사상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간뗑이 부어 남산만 하고 목질기기 동탁배꼽 같은 천하흉폭 오적의 소굴이렸다.'

1970년 '사상계' 5월호에 시 한 편이 실린다. 김지하(1941∼ 2022·본명 김영일) 시인이 '오적'(五賊)이라 이름 붙인 풍자시였다.

김지하는 1905년 을사늑약 체결에 동의한 '을사오적'에 빗대어 당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시로 김지하는 구속되는 필화를 겪었고, 잡지 발행은 사실상 중단됐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 사회의 '오적'은 여전할까.

주요 설문 답변
[사상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격월간지 '사상계'는 만 20세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63.5%가 우리 사회와 일상생활에서 '마피아'(기득권 카르텔)의 존재를 실체로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5·6월호에서 '마피아' 혹은 '기득권 카르텔'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다루고자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그 결과 '특정 집단이 폐쇄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회와 부를 독점하는 이른바 기득권 카르텔'의 영향력을 체감한다는 답변은 응답자 10명 중 6명에 달했다.

주요 설문 답변
[사상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응답자 14.5%는 '매우 강하게 체감'한다고 답했고, '어느 정도 체감'한다는 응답은 49.0%였다.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3.3%에 그쳤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견고한 카르텔을 형성하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집단(1순위 기준)으로 정계(42.6%), 사법계(22.4%), 재벌·대기업(8.1%) 등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우리 사회의 법과 사법 제도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지' 즉, 사법 공정성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73.5%가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신오적, '마피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대담자
왼쪽부터 김용철 변호사, 정준희 교수, 하승수 변호사 [사상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상계 측은 "국가 시스템의 근간인 '법치'와 '민주적 대의'가 기득권의 이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 사회에서 '마피아'가 견고해지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비리에 대한 관대한 처벌'(39.3%), '부와 권력의 세습'(27.0%)을 지적하는 답변이 많았다.

응답자 70.8%는 10년 후에도 '마피아' 체제 혹은 기득권 카르텔이 비슷하거나 더 악화할 것이라고 답해 구조적 변화에 대한 기대가 낮았다고 사상계 측은 전했다.

사상계 5·6월호는 여론 조사 결과와 함께 한국형 '마피아'에 대한 기고를 실었다.

'사상계' 5·6월호 표지
[사상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와 하승수 변호사, 언론비평가 정준희 한양대 교수가 우리 사회의 '마피아'에 대해 대담한 내용도 담았다.

장백산 편집인은 머리말에서 "'오적'이 발표된 지 반세기가 지나도 세상은 도무지 좋아진 게 없다"며 "기득권 카르텔은 강력한 기세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성역 없는 비판과 준엄한 성찰만이 우리 사회를 '마피아'의 늪에서 건져 올릴 수 있다"며 "지성의 날을 벼려 정의로운 공론장을 회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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