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물 작년 말 연 2.9%→3.8%…10년물 3.3%→4.2% 상승
NH투자 "경기회복·금리인상·국채공급 확대 속 선택은 '관망'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은 단순한 채권 매도세보다 '매수 파업'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NH투자증권[005940] 강승원 연구원은 18일 보고서에서 "발행자인 정부는 발행을 늘리고 경기는 개선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하려고 한다"며 "이 경우 시장 참가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매수 파업'"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국고채 금리는 미국과 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과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의 고공행진 등으로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말 연 2.9%대였던 3년물 금리는 지난 15일 3.7%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장중 3.8%도 넘어섰다. 같은 기간 10년물도 연 3.3%대에서 4.2%대로 1%포인트 가까이 오르며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강 연구원은 "채권시장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 시장 참여자라는 세 축으로 움직인다"며 "정부는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조정하며 투자자들은 채권을 사고팔면서 적정 금리를 형성한다. 과거에는 정부 지출이 경기와 반대로 움직이는 경기 역행적 특성을 보이며 시장 균형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가 좋을 때는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지만 정부 지출이 줄어들며 국채 발행 규모도 감소했고,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때는 금리가 내려가는 대신 정부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이 확대됐다"며 "이처럼 경기와 정책, 수급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금리에 영향을 주면서 시장은 거래를 통해 균형 금리를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이 같은 균형 구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강 연구원은 분석했다.
각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지출을 지속하면서 이른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공격적인 재정 확대 덕분에 빠른 경기 회복이 가능해졌지만, 경기 개선 국면에서는 오히려 통화 긴축과 재정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채권시장 입장에서는 경기 회복, 금리 인상, 국채 공급 확대가 모두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셈"이라며 "이에 채권은 코로나19 이후 구조적으로 불리한 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실제로 글로벌 채권시장은 장기간 약세 흐름을 이어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 시장은 이런 변화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사례"라며 "반도체 중심의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른바 '울트라 예산'으로 불리는 대규모 재정 확대 의지를 공식화했다.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고, 경기 여건은 개선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물가와 금융안정을 고려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시장 참가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은 적극적인 채권 매수보다 관망으로, 연초 이후 국고채 금리 급등 배경 역시 대규모 매도세보다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를 미루는 '매수 파업'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이는 또 "2023년 미국 국채시장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당시 미국에서는 고용시장 호조와 유가 급등,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대규모 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단기간에 4%에서 5%까지 급등했고, 위험자산 시장 역시 큰 조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에서는 미국 10년물 금리 4.5% 수준을 중요한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연준의 잠재 성장률 추정치 2%와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 2.5%를 합친 수준으로 이를 웃돌 경우 성장과 위험자산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이에 "바뀐 게임의 규칙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10년 금리 4.5% 위에서는 (미국) 정부가 상당한 정치적 변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시장 개입 의지가 높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이를 통해 연준의 긴축 우려를 낮추고 금리가 성장을 훼손하지 않는 영역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것이 정부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 개입이 나오기 전까지 시장 참가자가 선제적으로 매수 파업을 멈추지는 않기 때문에 10년물 4.5% 상회 구간에서는 다른 자산에도 하방 압력으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taejong7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