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연 등장하자 관객들 박수 터졌다…‘호프’ 칸에서 첫 공개

영화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나홍진 감독의 네번째 연출작 ‘호프’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17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호프’는 올해뿐 아니라 칸영화제 역사를 통틀어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돌출적인 작품이다. 주제의식과 예술성이 강한 경쟁 부문 다른 초청작들과 달리 오로지 강렬한 액션의 장르적 쾌감만으로 2시간40분의 긴 상영시간을 여백 없이 채운다. 선 굵은 줄거리도, 등장인물들의 별다른 사연도 없는데다, 영화가 시작하고 무려 50분이나 지나서야 괴물의 실체가 드러나는데도 그 50분간의 광기 어린 혼돈이 엄청난 몰입도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영화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티저 예고편으로 최근 공개했던 장면으로 시작한다. 경찰차에서 내린 호포면 파출소장 범석(황정민)과 마을 청년 성기(조인성)는 논길 한복판에 놓인 황소 주검을 보며 심상치 않은 공격을 예감한다. 범인을 짐작도 하기 전에 마을은 정체불명의 괴물로 인해 초토화되고, 종잇장처럼 찢기고 뜯긴 주검들이 쌓여간다.

‘호프’의 초반부는 정체 모를 대형 트럭에 쫓기는 이야기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듀얼’의 21세기식 적용처럼 느껴진다. 괴물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건물 부서지는 소리와 이따금씩 흘러나오는 기괴한 포효 소리를 배경으로 폐허가 된 읍내 좁은 골목에서 범석이 괴물과 벌이는 숨바꼭질만으로 놀라운 스펙터클과 긴장감을 빚어낸다. 또 영화 후반 성기가 숲에서 말 타고 달리며 괴물과 싸우는 장면을 넓은 화면에 펼치도록 촬영한 홍경표 감독의 카메라워크는 경이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호프’ 스틸컷.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기에 시골 사람들 특유의 기묘한 여유로움이 목숨을 건 절박한 상황과 맞물리며 수시로 웃음벨을 누른다. ‘호프’는 비틀린 유머를 종종 구사하는 나홍진 영화 가운데에서도 가장 웃음의 비율이 높은 영화다. 임현식, 박영규, 이상희 등 요즘 자주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와 이런 역할을 톡톡히 한다. 특히 임현식이 괴물 목격담을 증언하면서 당시 자신이 겪은 급박한 배변 문제를 괴물 이야기와 섞어 심각한 표정으로 회고하는 장면에서는 극장 전체가 떠들썩해질 정도로 웃음이 쏟아졌다.

또 마을 순경 성애를 연기한 정호연이 총을 들고 순찰차에서 내리며 처음 등장할 때나 주인공들이 괴물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을 때도 박수가 쏟아지는 등 시종 진지한 다른 경쟁 부문 작품 상영 때와 대조적인 분위기가 펼쳐졌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7분가량 박수가 이어졌다. 한국 주연배우들,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등 외국 출연배우들과 함께 상영 전 레드카펫을 밟은 나홍진 감독은 영화가 끝난 뒤 “시작부터 지금까지 수년 동안 함께해온 동료들, 배우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드리면서 초청해준 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했다.

17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드페스티벌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영화 ‘호프’ 월드프리미어 상영을 앞두고 나홍진 감독(왼쪽에서 세번째)과 주연배우들이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칸/로이터 연합뉴스

영화를 보고 나온 프랑스 관객 지나 투아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 액션 블록버스터라고 해서 경쟁 부문에는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경쟁 부문에 왔는지 알 것 같다”며 “좁은 골목을 달리던 자동차 액션과 조인성의 승마 액션이 예술적 경지를 보여줘 상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 반응도 호평이 주를 이뤘다. 할리우드리포터는 “강렬한 주인공들부터 재치 있는 유머 감각, 에스에프(SF) 공포에 대한 신선한 접근, 숨 막히는 액션까지, ‘호프’는 미치도록 재미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데드라인은 “2시간4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1분도 쉬지 않으며 할리우드가 이 장르에서 만든 그 어떤 것도 능가한다”고 극찬했다.

다만 일부 매체는 영화 후반 컴퓨터그래픽의 완성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영화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일부 장면에서 시지(CG)로 완성한 괴물의 선명도가 조금 떨어진다. ‘호프’가 칸영화제 공개 직후가 아니라 오는 7월 개봉을 예정한 이유에는 이에 대한 보완 과정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칸/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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