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재봉헌”…세금으로 열린 트럼프 지지 예배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건국250주년을 기념하여 기독교 복음주의 단체가 주최한 ‘리데디케이트(Rededicate) 250’ 행사가 열린 가운데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리데디케이트’는 신에게 무엇인가 다시 헌신한다, 다시 바치겠다는 뜻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한복판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8시간짜리 기도 예배 행사가 열렸다. ‘재봉헌 250’이라는 이름이 붙은 행사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 예배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리데디케이트(재봉헌) 250: 기도와 찬양, 감사의 국가적 축제’에 수천명이 몰렸다고 워싱턴포스트·시엔엔(CNN)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예수님은 나의 구세주이시고, 트럼프는 나의 대통령이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한 참가자는 “우리나라를 예수께 다시 바치기 위해 이 행사에 왔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참가자들은 더운 날씨 속 미국 국기 색깔인 빨강, 파랑, 흰색 옷을 입고 모여 예배를 올렸으며 춤을 추거나 찬양했다.

이날 행사에선 기독교를 트럼프 행정부와 연관시키며 신앙과 정치가 경계를 허무는 듯한 장면들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제이디(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이 영상을 통해 찬조 연설을 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직접 참석해 “미합중국을 하나님 아래 하나의 국가로 재봉헌한다”고 말했다.

특히 행사 말미에 사전 녹화 영상으로 등장한 트럼프 대통령은 솔로몬 왕이 성전을 봉헌했을 때 하나님이 응답하는 성경 구절을 낭독했다. “내 이름으로 불리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가 주요 내용인 역대하 7장이다. 역사학자 매튜 서튼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전 낭독 행사에서도 이 구절을 인용하는 의도엔 “왕에 트럼프를, 성전에 백악관 및 개선문 프로젝트를 투영하는 신성모독적인 면모”가 있다며 “왕, 즉 대통령에게 반항하는 것은 신에 반항하는 것이라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예수에 빗댄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논란을 빚자 삭제한 일도 있다.

이 행사는 보수단체 프리덤250이 백악관 신앙담당실과 함께 주최했다.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 지원용 국가 예산을 받았으나 정확히 얼마를 받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시엔엔이 전했다.

17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 몰에서 열린 보수 기독교 행사 ‘재봉헌 250’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녹화 영상 메시지가 상영되는 동안 한 참가자가 기도하고 있다. 워싱턴/AP연합뉴스

정부가 종교 행사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정부 고위 관료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한 셈인데, 미국 건국 이념은 수정헌법 1조가 규정하듯 정교분리다. 언론은 “미 정부 관료들이 국가를 특정 종교와 공개적으로 연관시킨 것은 현대 들어 거의 전례 없는 일”(워싱턴포스트)이며 “트럼프 행정부가 정교분리 원칙을 모호하게 만든 또 하나의 사례”(CNN)라고 지적했다. 레이철 레이저 정교분리연합회장은 “정부 주도 교회 예배라니, 건국자들이 무덤에서 일어날 판”이라고 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보수 복음주의 개신교인이었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기독교를 유대교, 아메리카 원주민 신앙이나 점성술과 혼재해 믿고 있다고 대답하는 등 교파에 얽매이지 않는 특색을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체로키족인 라랄린 리버윈드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신을 섬기는 자들이 에서의 신을 섬기는 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자신의 신앙이 토착 신앙과 유대-기독교를 혼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경에서 에서는 야곱보다 신앙에 충실하지 않고 세속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17일, 미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재봉헌 250’ 행사에서 47달러짜리 모자가 판매되고 있다. UPI연합뉴스

17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에서 열린 ‘재봉헌 250 행사’ 무대의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조회 125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