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대형증권사 등에만 적용하던 깐깐한 유동성 규제를 전체 증권사로 확대한다. 증권업계 유동성 관리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금융위는 18일 이런 내용의 금융투자업규정·시행세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먼저 현재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와 파생결합증권 발행사 23곳에만 적용하는 유동성비율 규제를 전체 증권사로 확대한다. 유동성비율은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으로, 현재는 100% 이상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1·3개월 내로 갚아야 할 자금 규모만큼 현금화가 쉬운 자산을 충분히 확보해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 등에 대비하라는 취지다.
그간 나머지 중소형 증권사는 3개월 유동성비율 등을 경영실태평가에 반영하는 간접 규율 방식을 적용받아왔는데, 내년 1월부터는 외국계 지점을 제외한 국내 증권사 49곳 전체가 유동성 규제를 직접 준수해야 한다. 외국계 증권사 12곳은 직접 투자보다는 중개·자문 업무 중심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번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동성비율 산정 기준을 정교화한 ‘신조정유동성비율’도 도입한다. 현재 유동성비율은 자금시장이 경색돼 투매가 발생할 경우 손실이 불가피한 유동자산의 가격 변동 위험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 소송 패소나 채무보증 이행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도 포함되지 않는다. 외부 충격이 발생했을 때 증권사의 실제 유동성 대응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유동자산에는 위기 시 가격 변동 위험을 반영하기로 했다. 국공채·은행채·AAA등급 채권 등 안전자산에는 0% 할인율을 적용하고, 주식·외화증권·개방형펀드 등 상대적으로 위험이 큰 자산은 15%를 할인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위기 상황에서 실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규모를 보다 보수적으로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유동부채에는 우발채무 등도 반영하도록 해 위기 상황에서 실제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규모를 정교하게 파악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규정변경예고를 시행한 뒤 법규 개정과 각 증권사의 시스템 개발 등을 거쳐 변경 사항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중소형 증권사를 포함한 전체 증권업권의 유동성 관리와 위기 대응력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