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랍에미리트에 한국이 지은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시설이 무인기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위태로운 휴전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친이스라엘’ 노선을 강화하는 아랍에미리트를 견제하기 위한 이란 쪽 공격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통신(WAM) 보도를 보면, 아부다비 정부 당국은 17일(현지시각) 무인기 공격으로 바라카 원전의 내부 경계 바깥에 있는 발전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방사능 누출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랍에미리트 연방원자력규제당국(FANR)도 화재가 원전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모든 시설이 평소대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원전 3호기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며 “핵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군사적 자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격 주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랍에미리트 국방부는 성명에서 무인기들이 “서쪽 국경 방향에서 진입했다”며 진입한 무인기 3대 중 2대는 격추했고, 1대가 방공망을 피해 원전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공격의 원천을 확정하기 위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봤을 때 이란은 동쪽에 있어, 무인기 공격은 이라크의 친이란 민병대가 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의 미사일·무인기 공격을 받아왔다. 이날도 사우디는 이라크 영공에서 날아온 무인기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만약 이란이나 친이란 민병대 소행이라면, 최근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아랍에미리트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안와르 가르시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외교 고문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원전 피격을 두고 “주범이 직접 실행했든 그의 대리 세력을 통해 실행했든 간에 모든 국제법과 규범을 위반하는 위험한 사태 악화”라며, 이란 쪽 공격을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아랍에미리트는 지난 2월28일 미·이스라엘-이란전쟁 발발 이후 이란의 미사일·무인기 공격을 2845회 받아, 주변국 중 가장 많이 타격 당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달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탈퇴하고, 지난 3월엔 이스라엘과 비밀 정상회담을 하는 등 이란전쟁을 계기로 ‘탈걸프 친미·이스라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원전 공격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일부 이란 언론은 사우디가 이란의 서부 국경을 맞대고, 이란을 즉시 공격 주체로 지목하지 않았다며, 최근 아랍에미리트와 관계가 경색된 사우디가 공격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전이 간신히 유지되는 상황에서 원전을 노린 ‘선 넘은’ 위험한 공격에 사우디뿐 아니라 카타르, 걸프협력회의(GCC)도 일제히 규탄하고 나섰다. 사우디 외교부는 성명에서 바라카 원전 피격을 두고 “역내 안보와 안정을 위협하는 노골적인 공격을 단호히 거부하며, 아랍에미리트와 연대를 표명하며 아랍에미리트의 모든 조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라카 원전은 한국전력이 아부다비에 건설한 중동 최초의 상업용 원자력 발전소다. 2009년에 수주해 2020년 1호기를 시작으로 지난 2024년 4호기가 가동을 시작해, 현재 아랍에미리트 전체 전력의 25%를 생산한다. 이날 공격으로 한전 현지 직원 일부가 원격 근무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