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호흡, 숨 쉬고 산다는 것-②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본인 제공]

기도는 가스교환에 참여하지 않고 통로로만 이용되는 통로기도와 실제 호흡이 일어나는 호흡기도로 나뉜다. 이 가운데 호흡기도는 주로 포도송이같이 생긴 폐포를 말한다. 폐포는 실제 호흡이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부위다.

갈비뼈 안쪽의 흉곽과 그 아래의 횡격막은 폐를 보호할 뿐 아니라 폐에서의 가스교환이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다. 횡격막은 분당 15회 정도의 속도로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호흡을 주도한다. 횡격막은 평생 쉬지 않고 운동한다. 횡격막과 늑간근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지만 대부분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자동으로 호흡한다. 과식했을 때 갑자기 딸꾹질이 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과식으로 팽창된 위가 횡격막을 자극하여 일어나는 현상이다.

늑막강은 폐를 둘러싼 두 개의 얇은 막으로 폐를 보호하고 폐의 움직임을 도와주는 장치다. 옛날에는 늑막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속설에는 좋지 않은 자세로 운동하면 늑막염에 걸리기 쉽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과거에 늑막염이 흔했던 것은 결핵 때문이다. 결핵균이 폐에 침투하면 늑막강을 비롯한 폐와 주변 조직에 상처를 입힌다. 알다시피 결핵은 영양이 부족하면 생기는 빈곤병이다. 요즘은 약으로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결핵에 대한 공포는 거의 사라졌지만 전 세계 인구의 2~3퍼센트가 여전히 결핵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호흡은 들이마시는 숨인 흡식과 내쉬는 숨인 호식으로 나뉜다. 매번 숨 쉴 때마다 의식하고 하는 사람은 없다. 실제로 대부분의 호흡은 의식과 관계없이 일어난다.

그럼 호식과 흡식은 어떻게 일어날까? 호흡은 물리적인 힘, 즉 폐 안팎의 압력 차 때문에 저절로 일어난다. 폐 내부의 기압이 바깥보다 낮으면 바깥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고, 폐 내부의 기압이 바깥보다 높으면 폐의 공기가 밖으로 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면 왜 그런 기압 변화가 생길까? 그것은 횡격막을 비롯한 호흡근의 활동으로 폐 내부의 기압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호흡근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폐 구조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

폐는 거꾸로 뒤집은 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커다란 둥치에서 가지가 뻗어 나오듯 기관이 나뉘어 기관지가 되고, 가지치기를 반복한 기관지들이 잎에 해당하는 폐포에 도달하게 되어 있다. 호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가스교환은 바로 여기 폐포에서 일어난다. 나머지는 통로에 불과하다. 폐포는 아주 얇은 막으로 덮여 있어서 모세혈관과의 가스교환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폐는 왜 이런 구조로 생겼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가스를 교환하기 위해서다. 흉곽 내의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들어찬 폐포를 모두 펴서 평면에 깔면 그 면적이 70제곱미터나 된다고 한다. 대략 테니스 단식 코트 정도의 넓이다. 표면적을 이 정도로 넓히면 가스교환이 훨씬 더 빨리 많이 이루어질 것이다.

여기에 또 문제가 있다. 기관지에 연결된 수많은 폐포의 크기가 모두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폐포의 크기가 동일하지 않으면 폐포 내의 기압도 다를 것이다. 그 경우 공기는 기압이 가장 낮은, 가장 큰 폐포로 몰리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라플라스의 법칙이다.

이 현상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풍선으로 실험을 해봐도 좋다. 똑같은 풍선 3개를 사서 하나는 크게, 하나는 중간 정도, 하나는 작게 불어서 스토퍼가 달린 관으로 셋을 연결해보라. 그러면 큰 풍선 쪽으로 모든 공기가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라플라스의 법칙(Laplace's Law,구형 막인 혈관, 폐포 등에 작용하는 압력, 장력, 반지름의 관계를 설명하는 물리학과 생리학 법칙으로 관이나 구체의 벽에 걸리는 장력은 내부 압력과 반지름의 곱에 비례한다는 원리)에 따르면 폐포 사이의 기압 차 때문에 가장 큰 폐포 하나만 남고 나머지 폐포는 모두 쪼그라들고 말 것이다.

이때 작용하는 힘이 바로 표면장력이다.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몸에서 특정한 폐포에 표면장력을 떨어뜨리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표면장력을 떨어뜨리면 내부의 기압도 떨어진다. 따라서 크기가 작은 폐포에는 이 물질을 많이, 큰 폐포에는 적게 분배해 폐포 속 기압을 같게 만드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갓 태어난 아이들 가운데는 간혹 이 기능에 이상이 생겨 호흡 곤란을 겪는 질병도 있다.

◇ 호흡 기능의 핵심 헤모글로빈

산소가 폐를 거쳐 모세혈관으로 들어간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산소는 전신을 돌아 필요한 세포까지 운반돼야 하는데,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헤모글로빈이다. 지금껏 많은 사람이 인공혈액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지만 애석하게도 헤모글로빈과 같은 특성을 지닌 물질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수술할 때처럼 출혈이 심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을 수밖에 없다.

모세혈관에 들어온 산소 가운데 98.5퍼센트는 헤모글로빈이 운반한다. 헤모글로빈은 폐혈관처럼 산소 농도가 높은 곳에서는 산소와 결합하고 산소 농도가 낮은 조직세포에서는 미련 없이 산소를 내어준다. 그런 다음 조직세포의 대사산물인 이산화탄소와 결합하여 정맥혈을 통해 폐까지 운반한다. 산소와 이산화탄소는 폐와 조직세포 간의 압력 차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산화탄소는 중탄산이온의 형태로 혈장과 적혈구 속에 용해되어 운반된다. 이때도 헤모글로빈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산소를 운반할 때만큼은 아니다. 폐에서 가스교환이 원활하게 일어나려면 필연적으로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시 말해 폐포를 감싸고 있는 모세혈관 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3편에서 계속)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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