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각스님 "부처님 지금 오신다면 사회복지사 되셨을 것"

'불교 사회복지 거목' 보각스님, 나눔·돌봄으로 자비 실천

"선행은 좋은 일 아니고 당연한 일…남을 돕는 건 종교인 의무"

"내 삶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삶도 소중함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불교 사회복지 선구자' 보각스님
(화성=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불교 사회복지 선구자'로 불리는 보각스님이 16일 화성 자제공덕회에서 인터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2026.5.18.

(화성=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해주고 다른 이의 슬픔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보탤 수 있는 것이 '사회복지'입니다. 내 삶이 소중한 것만큼 다른 삶도 소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이 부처님이 전하고자 하신 뜻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불교 사회복지의 선구자'로 불리는 보각스님(자제공덕회 이사장·목포 달성사 주지)은 부처의 가르침인 '자비'를 현장에서 앞장서서 실천하고 길을 닦아온 인물이다.

1972년 출가 후 1974년 승려 중 처음으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1985년부터 중앙승가대에서 불교 사회복지학을 강의해 1천 명 넘는 제자를 배출했다. 1994년 삼전종합사회복지관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998년 장애아동 요양시설 상락원과 2004년 사회복지법인 자제공덕회를 세우는 등 3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노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돌봤다.

부처님오신날(5월 24일)을 앞두고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의 자제공덕회에서 만난 보각스님은 "부처님이 지금 오신다면 사회복지사가 되셨을 것"이라며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사회복지와 종교는 통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의 삶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사회복지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보각스님은 서로가 존중하고 존중받는 "차별 없는 세상"을 기원했다.

인터뷰하는 보각스님
(화성=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불교 사회복지 선구자'로 불리는 보각스님이 16일 화성 자제공덕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6.5.18.

-- 출가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 그 질문을 받으면 좀 갑갑하고 부끄럽다. 무슨 깨달음이나 그런 멋진 동기가 있는 사람도 있을 텐데 난 그냥 옛집에서 옆집으로 옮겨온 것 같은 기분이다. 전생에도 절에 살았던 것 같다. 어머니가 스님이 준 큰 목탁을 가슴에 안는 태몽을 꾸셨고, 어린 시절 동네 무당이 지나다 날 보고 '향내가 지독히 나네' 말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마치고 정말 출가하게 됐는데 부처님 옆에 사는 게 행복하고 좋았다. 내 일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 출가다. 아침마다 예불하며 '부처님 고맙습니다' 인사한다.

-- 사회복지에 입문하게 된 배경은.

▲ 그것도 참 '인연'이라고 해야 할까. 출가 후에 대학 공부를 하고 싶어서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2년을 다니다 학비가 없어 학교에 휴학하겠다고 편지를 쓰고 열심히 학비를 마련한 후 돌아왔더니 제적이 됐더라. 사정을 하니 사회복지학과에 결원이 있다고 들어가게 해줬다. 대학원까지 마친 후 조계종에서 중앙승가대를 만들고 사회복지학과도 개설했는데, 사회복지를 가르칠 전공자가 없어 내가 그때부터 학교에 쭉 있게 됐다.

-- 사회복지에 입문한 건 스님의 의지가 아니었던 셈인데, 해보니 잘 맞았나.

▲ 부처님의 직업이 무엇일까 생각하면 하나는 '농부'다. 땅에 농사를 짓는 게 아니라 사람 마음에 농사를 짓는다. 또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사'다. 만약 지금 부처님이 오신다면 사회복지사가 되셨을 것이다. 사회복지사나 종교나 인간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목표가 같다. 남의 삶에 공감하고 이해하고 남의 슬픔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보탤 수 있는 게 사회복지다.

-- 사회복지 현장에 나와서도 쉽지 않은 곳을 맡았는데.

▲ 1994년 당시 문제가 좀 있던 삼전종합사회복지관을 맡아 1∼2년 만에 최우수 복지관으로 변화시켰다. 그게 내겐 짐이 돼서 원주 소쩍새마을로도 가게 됐다. 전 운영자의 비리로 큰 사회적 물의가 생겨 중앙승가대에서 맡게 된 건데 비리가 드러난 후 후원도 끊기고 다 망가진 상태였다. 후원자가 라면을 기부하면서 혹시나 빼돌릴까봐 라면 껍질을 모두 벗겨서 줄 정도로 신뢰가 없어진 상태였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가장 중요했으니 최대한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누가 돈 만원을 줘도 그대로 법인에 갖다줬다. 전국을 열심히 뛰어 후원자를 찾으면서 치열하게 한 5년을 살았다.

'불교 사회복지 선구자' 보각스님
(화성=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불교 사회복지 선구자'로 불리는 보각스님이 16일 화성 자제공덕회에서 인터뷰 후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2026.5.18.

-- 입소자들도 상처가 큰 상태였을 텐데.

▲ 300명 넘는 식구가 살았는데 여자분들은 머리를 빡빡 밀어놓은 채였고, 비닐하우스 흙바닥에 파리가 새까맣게 많은 곳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전임자가 영리했던 거지. 냄새나고 더러울수록 후원이 들어오니까. 사회복지가 대부분 '불쌍하니까 돈 한 푼 준다'는 식의 값싼 동정심에 의지한다는 게 서글픈 일이다. 동정심이 아니라, 나의 베풂으로 다른 이가 나보다 더 잘 살고 행복해지는 것을 보람과 기쁨으로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

-- 그간 강연료와 상금 등 30억원 넘게 모두 기부했다. 꾸준히 선행을 이어갈 수 있던 동력은.

▲ 내가 차비만 갖고 출가했다. 이후 생긴 돈은 교단에서 얻어 쓰는 것이지 내 것이 아니다. 뭘 가져왔어야 손해를 보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다 태어나서 얻은 것인데 밑질 게 있나. 작사가 양인자 씨가 내 강연을 듣고 '타타타' 가사('산다는건 좋은 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를 썼다고 한다. 내가 원작자인 거지. (웃음) 선행은 좋은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부처님도 선하려고 애쓰지 말고, 악을 모두 없애라고 하셨다. 특히 종교인이 남을 돕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고 생각한다.

-- 줄곧 실천해온 나눔과 돌봄이 부처님의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보나.

▲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은 자비다. 자비는 다른 이의 고통을 없애주고 기쁨을 베푸는 것이다. 자비가 실생활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무자비한 것이다. 배고픈 자가 음식 만드는 법을 많이 안다고 해서 배부르지 않은 것처럼, 머릿속으로만 '자비, 자비' 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불교에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을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고 해서 믿고 해석하고 실천해야 깨달음을 얻는다고 했다. 실천을 해야 내 것이 된다.

2026 연등행렬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16일 서울 종로구 흥인지문에서 조계사까지 2026 연등행렬이 펼쳐지고 있다. 2026.5.16 hwayoung7@yna.co.kr

--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안타까운 모습은 무엇인가.

▲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거나 공감하지 않고 내 것만 고집하는 이기적인 마음, 나와 남을 나누는 차별의 마음이 큰 문제다. 말리카경이라는 경전을 보면 이 세상에서 자기 자신보다 더 사랑스러운 존재는 없다고 했다. 모두가 각자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이므로,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절대로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 '나는 되고 남은 안 되고, 내 새끼는 안 되지만 남의 새끼는 괜찮다'는 차별적인 생각을 버리고 모두가 존중되는 삶이 필요하다. 부처님이 오신 뜻은 모든 중생이 다 부처이므로, 중생을 섬기고 공양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고 섬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세상, 차별이 없는 세상이 부처님 세상이고, 부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전하고자 하신 소식일 것이다.

--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불교 호감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절을 찾지는 않고 하나의 문화로 여기는 듯하다.

▲ 종교는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믿는 건데, 인간보다 못한 행위들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편 가르고 미워하는 모습이 보인다. 나하고 다른 걸 악이라고 말하는 건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연기(緣起)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종교를 빙자해 전쟁을 일으킨 적이 한 번도 없다. 다른 삶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불교의 생각에 젊은 층이 공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반드시 절에 올 필요는 없다. 부처님도 불교 믿으라는 말은 안 한다. 우리 마음속에 부처가 있고, 깨달으면 모두 부처다. 불공이 절이나 법당에서만 이뤄지면 안 된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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