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자유학기제', 사교육 강화 논란 이어져
'진로탐색' 기간…학교서는 시험 안 봐
학원가 '선행 골든타임'이라며 불안심리 자극
"입시경쟁 속 자유학기제, 교육구조 난맥상 극복 못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진주 인턴기자 = "중1 자유학기제 좀 없애라. 시험이라도 있어야 공부를 하지. 장기적으로 보면 시험이 없는 게 더 불쌍해 안타깝다."
지난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에 이용자 'be***'가 올린 글이다. 여기에 15일 현재 하트 1천600백여개가 달렸다.
댓글에는 "나 학원강산데 그거 하고 애들 완전 바보됨", "수행은 보지만 애들이 심각성을 모르고 띵가띵가 놀더라 진짜 걱정됨", "상위 10% 애들은 시험이 없어도 열심히 해. 나머지 90%(비학군지 지방) 애들은 그나마 시험 있어야 공부란 걸 한다고", "있는 놈들은 알아서 하고 어려운 집 애들은 학교에서 방임해서 학습 격차가 엄청나" 등의 지적이 모였다.
중학교 1학년 자유학기제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사교육을 강화해 학습 격차를 확대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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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학기제는 선행 골든타임"…사교육에 더 매진
자유학기제는 중1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면서 자기주도 학습 능력과 적성을 키우도록 하는 교육 정책으로,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됐다.
대체로 '진로 탐색'과 '주제 선택'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 중에서 학생들이 관심 있는 것을 2~4개 선택해 수강한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동안에는 수행평가만 진행하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같은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다. 시험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시험만 없을 뿐이다. 학원에서는 오히려 학생, 학부모의 '불안·경쟁 심리'를 자극해 이 기간 사교육에 더욱 매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자유학기제를 두고 '선행 골든타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학교 시험이 없어 학습 부담이 적기 때문에 선행 학습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구로구의 한 학원 앞에서 만난 중1 이모(13) 군은 "학교에서 1학기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기 때문에 중간고사랑 기말고사를 안 보지만 학원에서는 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시험을 주기적으로 치른다"며 "학교 시험 대신 학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원 선생님이 지금 이 시기가 방학에 이어서 다른 애들을 치고 나갈 수 있는 시기라고 말씀하셔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군은 "학교에서는 4월부터 국어·사회·수학 등 전과목 합쳐 수행평가가 한달에 3~4개씩은 기본으로 있고, 일회성 평가도 있지만 수시로 보는 평가도 있다"며 "성적이 딱 나오는 게 아니라서 적당히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설렁설렁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다"고 밝혔다.
학원가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을 때 학원에서 '시험 감각'을 익힐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인천 A 수학·과학 학원은 14일 네이버 한 '맘카페'에 "자유학기제 때문에 시험이 없는 중1 재원생 대상으로 실제 시험과 동일하게 시험지·서술형 문제·OMR(광학마크인식) 답안지 작성까지 경험할 수 있는 2026 상반기 자체고사를 준비했다"고 광고했다.
지난달 충남 B 수학학원은 "중1은 자유학기제로 학습 결손이 생기기 가장 쉬운 시기, 시험이 없는 중1 아이들도 주말에 등원해 언니·오빠·형·누나들과 함께 실제 시험과 동일한 환경에서 기출 테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며 "OMR 카드 작성부터 시간 배분까지 미리 경험해 본 아이는 첫 시험에서 당황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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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에 들어가지 않아"…학교 수행평가 참여도↓
학교에서는 자유학기제에 지필평가 대신 각종 수행평가를 하지만 생활기록부에 성취도가 기록되지 않아 학생들의 참여도는 떨어진다.
서울 한 중학교 1학년 이모 교사는 15일 "수행평가 성적은 A·B·C와 같은 성취도로 산출하지 않고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학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참여하면서 태도는 어땠는지, 이후 어떻게 성장했는지 등을 문장으로 풀어 기재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국어 교사라 글쓰기 활동을 시키고 있는데, 열심히 참여하고 정말 잘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대충 임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2학년생 딸을 둔 김모(46) 씨는 "제 아이도 중1 때 자유학기제 동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안 보고 그 대신 연극 등 다양한 활동을 골라서 했었다"며 "아이들이 학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학업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여러가지 체험 활동을 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자유학기제는 정말 좋은 제도"라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하지만 자유학기제에 아이들이 선행을 빠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며 "사교육을 이미 시키고 있는 저만 해도 이러한 유혹에 빠지고 실제로 그렇게 점점 격차를 벌려가는 아이들이 있는데, 사교육을 아예 안 시키거나 사정상 못 시키고 공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정은 더 걱정이 많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네이버 카페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맘카페에서는 자유학기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고민 상담이 이어진다.
지난달 네이버 중등 맘카페 이용자 '봄***'이 "1-1 자유학기제, 선행 골든타임"이라고 올린 글에 "주변에 고등과정 끝났다 이런 소리 들으면 머리가 어질거리고 그래요", "시험 안 볼 때 골든타임인듯요. 닥수닥수(닥치고 수학)예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유학기제 제도 자체는 잘못된 게 아니지만 우리나라 교육 구조의 난맥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자유학기제도는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제도가 아니고 서구에서는 이러한 '갭 이어'(학업을 멈추고 다양한 경험으로 적성을 찾는 시간)가 흔히 행해지고 있다"며 "독일만 해도 대학 입학 허가 받아놓고 1년 동안 해외여행 떠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런 갭 이어를 우리는 제도화했고, 제도화를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진로 교육' 쪽에 초점을 맞춰서 짜여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의 교육 환경은 '입시 경쟁'이라는 키워드로 소개되는데, 이런 환경 하에서는 갭 이어 제도의 틈 사이로 사교육이 들어가기가 굉장히 용이하다"며 "고소득층은 물론이고 중산층 집안 학생들도 선행 및 반복 학습을 하기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학교 공교육이 정직하게 '진로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겠다'고 하는 게 순수한 발상이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이 지금보다 사교육에 기대지 않을 만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학습력이 많이 떨어지는 친구들은 보충 수업 등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공교육 차원에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