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제도화’ 노사 막판 협상…타결이냐, 파국이냐 ‘갈림길’

국외 출장을 마치고 급거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서울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에서 머리 숙여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다시 대화에 나서면서 성과급 문제를 놓고 절충점을 찾을지, 파국으로 치달을지 갈림길에 놓였다. 노사가 ‘성과급 제도화’를 두고 여전히 의견 차가 커 합의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가 노조 파업에 대해 긴급조정을 검토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선을 다해보자”며 대국민 사과까지 한 터라, 노사 모두 접점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삼성전자 노사를 상대로 사후조정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애초 참관을 하려던 박수근 중노위원장이 직접 조정위원으로 들어간다. 정부는 이번 조정이 삼성전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후조정을 하루 앞둔 이날 노사가 따로 만났지만 별다른 진전 없이 신경전이 계속됐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비공식적으로 (사쪽 교섭위원인) 여명구 피플팀장 요청으로 미팅을 했다. 사후 조정안보다 후퇴된 안을 납득할 수 있냐고 했다”며 ”정부가 긴급조정을 언급하면서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이 주장한 사쪽의 ‘후퇴된 안’은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상한 유지)으로 하는 대신, 이 제도를 3년 지속한 이후 재논의하자는 것이다. ‘3년 지속’ 등 단기간이지만 제도화와 가까운 내용이 담겨 눈에 띈다.

삼성전자 회사 쪽은 막판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회장의 16일 대국민 사과에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사후조정에서 노사가 반드시 성과를 내달라”고 17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사쪽 내부 긴장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노사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쟁점은 ‘성과급 제도화’다. 지난 11~13일 사흘에 걸쳐 28시간 동안 노사가 머리를 맞댔지만, 이 사안에 대해 서로 한치의 양보도 하지 못했다.

한겨레 그래픽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하고, 연봉의 50%까지로 묶여 있는 상한도 폐지하라고 요구한다. 노조는 회사를 믿을 수 없다며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쟁 업체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 노사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주는 방안에 합의한 것도 주요 근거로 대고 있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 지급에도 이견이 있다. 노조는 적자가 나는 비메모리 직원들도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성과급을 줘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사쪽은 흑자 달성 때 연봉의 최대 75%를 지급하겠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사쪽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쪽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 교섭위원을 전날 교체한 것도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사쪽 교섭대표였던 김형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피플팀 소속 부사장은 로펌 변호사 출신이다. 이번에 새 교섭대표를 맡은 여명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피플팀장(인사팀장·부사장)은 반도체 사업부 출신으로 그동안 그룹 노무를 담당해왔다.

사쪽이 끝까지 고심하는 대목은 ‘성과급 제도화’다. 삼성전자 쪽은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활용해 성과급 액수는 업계 최고 수준을 맞춰줄 수 있지만 제도화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투자와 비용 구조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영업이익의 일부를 고정해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업황이 어려워졌을 때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그룹 내 다른 계열사는 물론 산업계로 여파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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