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 쓸고 닦던 어머니들, ‘내 일’이 불안하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의 내부. 여성들은 주로 위생과나 경비과에서 근무한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살리기’ 공약이 쏟아진다. 변방에 대한 ‘반짝’ 관심이다. 지방소멸은 왜곡된 표현이다. 지역이 잘못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정치가 방치한 지역불균형 탓이다. 여기, 2026년 ‘전환’을 맞이한 지역이 있다. 충청남도 태안군이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던 화력발전소 폐쇄로 인해, 산업 재편과 인구감소 위기에 처했다. 기자 셋이 태안을 오가며 201명을 인터뷰했다. 이야기의 무대는 태안이지만, 소외된 지역 모두의 이야기다.

태안 지역경제의 중심축인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있다. ㄱ여고 졸업생 은솔, 수정의 어머니도 발전소에서 일했다. 하지만 딸들에게 ‘희망’이 되기엔, 어머니들의 노동은 고달팠다.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의 자회사 소속 영숙(가명·50대)은 위생과에서 일한다. 광장처럼 넓은 공간에 석탄가루가 쏟아지면, 빗자루로 쓸고 걸레질하고 왁스 칠을 했다. 3층 터빈 쪽 청소는 “하루 2시간 이상 서 있기도 힘들게” 무더웠다. 젊을 땐 파출소에서 경리로 일했다. 하지만 회사를 그만둔 뒤 아이를 낳고 키우다 40대가 되니 사무직에선 일할 자리가 없었다. 영숙은 처음 발전소에 온 날을 기억한다. ‘발전소 언니들’이 “귀마개 끼고 일해도 너 좀 있으면 텔레비전 소리 안 들릴 거”라고 했는데 정말이었다.

위생과에서 일했던 은솔의 어머니(65)도 보청기를 낀다. 오전 6시40분 발전소에 도착하면 헬멧, 분진 방지 마스크, 귀마개, 장화를 장착하고 기름때를 닦았다. 걸레를 찬물에 빨면 손이 아렸다. 장비 사이사이를 청소하다 부딪혀 다칠 때면 ‘안전에 소홀했다’고 문책당할까 봐 조용히 병원에 다녔다. 경비과에서 보안업무를 하는 진희(가명)는 ‘4조 2교대’로 밤을 새운 다음날이면 눈이 벌게진다. 발전소에 오기 전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다. 그 전에는 분식집을 했다. 일은 힘들지만, 태안에서 발전소는 그래도 안정적인 일자리다. 진희는 “최대한 오래 일하고 싶다”.

그런 발전소가 지난해 12월부터 폐쇄 일정에 돌입했다. 은솔의 어머니는 가동을 멈춘 1호기에서 일했다. 65살이 넘어 올해는 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고 관리자에게 통보받았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전소는 특히 성별 직무 분리가 심각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청소 등의 업무에만 여성이 들어갔다”며 “이 때문에 에너지 전환기에 발전 산업이 떠나는 지역에서 여성 노동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태안 지역의 저숙련 중년 여성들이 겪는 ‘이중의 소외’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 산업에서 여성은 주류 진입자가 아니었기에 ‘공정한 노동 전환’의 고려 대상자도 되지 못한다”(‘2050 탄소중립 추진정책이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고 지적한다.

태안(충남)=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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