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노후’ 묻기 어렵나요? [뉴노멀-2030 빅데이터]

게티이미지뱅크

박진영 | 어피티 대표

“엄마 아빠는 노후에 얼마 정도면 생활하는 데 문제없을 것 같아?”

가정의 달, 가족 식사 자리에서 이런 질문을 꺼낸다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네 앞가림이나 잘하라”는 핀잔이 돌아올지 모른다.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너는 왜 이렇게 많이 쓰니”, “아빠는 왜 맨날 돈 얘기만 해” 같은 말이 나오는 순간 대화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쉽다. 돈 이야기가 필요한 건 알지만, 정작 꺼내려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다.

그럼에도 돈 이야기가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가족의 돈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의 생각 간극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설문에 따르면 시니어 세대는 적정 노후생활비로 월평균 329만원을 꼽았으나, 자녀 세대는 부모님 노후에 월 266만원이면 충분할 것이라 답했다. 월 63만원의 인식 격차가 존재한다. 부모의 노후 준비 상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스스로 잘 준비했다고 믿는 부모는 31.7%였으나, 우리 부모님은 잘하고 계실 거라 믿는 자녀는 42.8%였다. 이런 간극은 실제 필요한 노후 자금을 제때 준비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다.

그래서 가족 간 돈 이야기가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막연한 기대를 걷어내고 현황을 직면해야 현실적인 대비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목표, 현황, 회고 세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야 한다. 우선 우리 집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를 맞춰야 한다. 부모님의 은퇴 준비, 대출 상환, 이사, 가족 여행 중 무엇이 우선인지에 따라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달라진다. 그다음 현황을 봐야 한다. 벌고 쓰는 돈, 보험과 대출 상태를 수치로 확인하는 단계다. 마지막은 회고다. 지난 지출에서 무엇이 잘됐고 무엇이 아쉬웠는지 돌아봐야 지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어려운 건 이 대화를 처음 꺼내는 일이다. 가족이라서 더욱 그렇다. 갑작스럽게 정색하며 돈 이야기를 꺼내면 부모님은 당황하거나 거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럴 땐 스몰토크처럼 일상적인 대화에서 시작하는 게 방법이다. “요즘 경조사비 지출이 많은데 1년 치 가족 이벤트를 정리해두면 어떨까요?” 하며 달력을 꺼내거나,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 지급된다는데 우리 가족은 어떻게 쓰는 게 좋을까요?”라며 운을 떼는 식이다.

이런 가벼운 대화가 자리를 잡아야 가족 재무 현황에 대한 주제, 부모님의 노후 자금 같은 비교적 무거운 주제로 서서히 넘어갈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다. 이 대화는 서로의 잔고를 캐묻는 청문회가 아니어야 한다는 점이다. 노후 준비가 됐느냐고 다그치듯 묻는 대신, 실제 노후의 월 현금 흐름을 같이 확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국민연금 예상액, 퇴직연금 유무, 현재 생활비 수준을 숫자로 나열해보는 것만으로도 막연한 불안감은 관리 가능한 정보가 된다.

현황이 파악되면 부모님이 놓치고 있는 제도를 함께 점검할 수 있다. 만 55살 이상이라면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연금처럼 생전에 미리 받는 유동화 제도나, 집을 담보로 소득을 만드는 주택연금을 함께 검토해볼 수 있다. 자가를 담보로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은 지난 3월부터 월 지급금이 조정되는 등 정책 변화가 잦으니, 자녀가 먼저 내용을 파악해 설명해드리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가족과의 돈 이야기는 일방적인 통보, 혹은 상대를 비난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밤, 가족에게 넌지시 물어보자. “이번달 우리 가족 어디에 돈 가장 많이 썼는지 회고해볼까?” 대화를 갈등 없이 잘 마치는 것을 목표로 말이다. 대화가 마무리되는 순간, 가족의 재테크는 막연한 걱정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실행력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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