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와 제 인연의 정점은 2004년 칸영화제겠죠. 그 사건(‘올드보이’수상)은 저한테 정말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고요, 쉽게 말해 제 인생을 완전히 바뀌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최고 등급의 문화예술 공로 훈장인 코망되르 훈장을 받았다. 17일 낮(현지시각) 영화제가 열리는 팔레드페스티발에서 훈장을 목에 건 감독은 칸영화제를 통해 맺은 프랑스와의 인연을 회고하며 수훈 소감을 밝혔다.
문화예술 공로훈장은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에게 주는 훈장으로 슈발리에, 오피시에, 코망되르 세 등급으로 나뉘며 이 중 코망되르가 최고 등급이다. 한국인으로는 2002년 김정옥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2011년 지휘자 정명훈, 지난해 소프라노 조수미에 이어 박 감독이 네 번째 수훈자다.
박 감독은 이리스 크노블스크 칸영화제 조직위원장과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자리에서 카트린 페가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코망되르 메달을 받았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어린 시절 자신을 가톨릭 신자로 이끈 부모님 덕에 프랑스를 가깝게 느끼며 자라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렸을 때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영화는 프랑스 영화였다”고 고백하면서 “제 영화들하고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사람들이 비웃을까봐 한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사실은 줄리앙 뒤비비에의 ‘나의 청춘 마리안느’를 어렸을 때 본 것이 정말 깊은 인상을 줬다”면서 “그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영향 받은 사람이 왜 이따위 영화를 만드느냐라는 말을 할까봐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지만 이제야 고백한다”고 재치있는 소감을 이어갔다. 박찬욱 감독은 2004년 ‘올드보이’의 심사위원 대상 수상을 회고하면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티에리의 선택이었고, 그래서 오늘 이 자리 심사위원장으로서칸에 다시 오게 될 때까지 그 인연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저에게 남은 마지막 소원은 언젠가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어보는 것, 프랑스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찍어보는 것만 남았다”고 수상을 마무리했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2003) 이후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을 잇따라 칸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올드보이’에 이어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 2022년 ‘헤어질 결심으로는 감독상을 받으며 ‘깐느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