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지급 규모와 방식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노사 갈등 구조 한편에는 삼성의 80년 ‘무노조 경영’을 뒷받침한 기형적 보상 체계와 성과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과급을 매개로 노동자들의 끊임없는 경쟁을 유도해온 노무관리 방식이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 속에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1994년부터 반기마다 목표달성장려금(TAI·옛 생산성격려금)을 지급했고, 2000년부터는 연 1회 초과이익성과급(OPI·옛 성과 인센티브)을 도입했다. 이 가운데 초과이익성과급 규모는 연봉의 0%에서 최대 50%까지 변동 폭이 큰 구조다. 성과급이 기대에 못 미치는 해일 경우, 실질 연봉이 크게 줄어드는 셈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내부에선 “성과급이 줄면 사실상 중소기업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문제는 성과급 산정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초과이익성과급 재원의 기준이 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는 공식적으로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 비용을 뺀 값’으로 알려져 있지만, 회사는 구체적인 산출 방식을 공개한 적이 없다.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을 주장하는 노조가 지난 11일∼13일 새벽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과정에서 ‘성과급 제도화’ 요구를 양보하지 않은 배경이다.
노조의 이런 태도에는 지난 1월 대법원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퇴직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당시 대법원은 지급률이 사전에 정해져 있는 목표달성장려금과 달리 초과이익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당 성과급은 회사 경영 성과에 따른 이익 배분 성격이 강하고 노동자들이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는 취지였다. 만약 노조의 요구처럼 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 등이 제도화될 경우, 이는 퇴직금 산정 기준인 평균임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노조 쪽은 “매년 성과급 배분을 놓고 반복되는 노사 갈등을 줄이기 위해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일 뿐, 대법원 결정을 고려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사상 첫 과반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사회적 연대보다 경제적 실리를 앞세운 투쟁에 몰두하는 현상 역시 삼성의 비정상적인 노사 관계가 낳은 구조적 산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9년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 출범 이후에도 기존 노사협의회와 임금 인상률을 우선 합의하는 방식으로 노조를 무력화시켰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 직원들이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에 깊이 몰입해 있는 영향도 있겠지만, 회사가 전삼노를 사실상 배제하는 모습을 보면서 초기업노조는 생존을 위해 경제적 성과를 내세워 조합원을 결집하고 이를 통해 노사협의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를 노사 선의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박태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초대 상임위원은 “유럽연합(EU)의 ‘횡재세’처럼 기업의 초과이익이 사회 전체와 공유될 수 있는 구조를 정부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