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가 재판소원 1호 사건을 전원재판부에서 본격적으로 심리하고 있는 가운데, 이후 진행 과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헌재는 지난달 28일 지정재판부 평의를 거쳐 ‘녹십자 입찰담합 과징금 처분 관련 행정소송’의 대법원 확정판결을 전원재판부에 올리고, 다음날 피청구인인 대법원에 심판 회부 사실과 ‘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안에 답변서와 참고자료를 제출하라’는 내용을 통지했다. 아울러 사건 관계인인 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심판 회부 사실을 통지했다.
이후 진행의 키를 쥔 것은 헌재다. 헌재가 이번 사건의 ‘절차’를 중심으로 판단할 것인지 판결 내용의 적법성도 따질지에 따라 이후 사건의 전개 양상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판소원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형사재판과 행정재판의 결과가 다른 상황에서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한 데에 있다. 앞서 대법원은 녹십자가 입찰담합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녹십자가 같은 사건으로 부과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행정재판에서는 원고(녹십자) 패소 판결을 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해 심리불속행 기각 결론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별도의 심리를 진행하지 않고 원심을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사안을 두고 형사재판과 행정재판의 판단이 갈렸는데도 대법원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심리하지 않고 과징금 처분을 확정한 것은 “대법원의 실질적인 심리를 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한 것”이라는 게 청구인인 녹십자 쪽의 주장이다. 이 경우 민사·가사·행정 등 상고사건의 약 70%에 달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제도 자체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헌재가 서울고법의 재판 내용까지 다룰 경우에는 사안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녹십자의 입찰담합 행위가 ‘경쟁제한성’의 성격을 가졌는지를 따져야 한다. 경쟁제한성은 짬짜미 등이 시장에 실질적 악영향을 주는 경우를 의미한다. 녹십자 사건의 형사와 행정 재판 결과가 다른 것은 경쟁제한성에 대한 판단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헌재는 2011년 ‘경쟁제한성이 없으면 부당한 공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헌재가 재판 내용에 대한 본격적인 판단을 내릴 경우 4심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재는 일단 절차와 내용 모두 열어두고 심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