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 남서부 내륙, A-10 호르무즈 인근서 피격…트럼프 "협상 영향 없어"
개전후 이란에 의한 美공군기 첫 격추 사례…'이란 방공망 무력화' 주장과 배치
'석기시대' 경고한 美에 맞서 이란군 만만치 않은 저항 여력·의지 보여줘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이로·워싱턴=연합뉴스) 김상훈 홍정규 백나리 특파원 = 대이란 군사작전에 투입된 미군 F-15 전투기와 A-10 공격기가 각각 이란군의 공격에 의해 격추됐다. 미 군용기가 지난 2월28일(현지시간) 개전 이후 적 공격에 격추된 첫 사례다.
CBS뉴스 등 복수의 미국 매체들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 전투기인 F-15E 스트라이크 이글이 3일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격추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대공 사격에 의한 것이라고 이란 국영매체가 보도했다.
이란 매체들은 추락한 전투기 잔해 사진을 공개했다. 이는 미 공군의 F-15E 자료 사진과 일치한다고 CNN 방송은 분석했다.
격추된 F-15E 전투기에는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1명은 추락 도중 비상 사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육지에 떨어진 F-15E 전투기 좌석도 발견됐다.
미군은 수색·구조용 헬기 HH-60G와 연료 공급을 위한 C-130 급유기를 투입해 1명을 구조했다. 비상 탈출한 탑승자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헬기 2대도 이란군의 공격을 받아 일부 탑승자가 부상했지만 기지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다.
F-15E에 탑승했던 나머지 미군 1명은 실종 상태다. 이란 당국은 실종된 1명을 찾아서 넘기는 사람에게 '현상금'을 지급하겠다고 국영매체 등을 통해 알렸다.
아울러 이날 미군의 A-10 선더볼트Ⅱ 워트호그 공격기도 이란 호르무즈 해협 인근 게슘 섬 남단에서 격추됐으며, 기체는 바다로 떨어졌다고 CNN 등 미국 매체들이 전했다.
복수의 미 당국자들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A-10 공격기의 추락을 확인했다. 단독 탑승한 조종사 1명은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란군 중앙군사본부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적의 첨단 항공기 한 대가 게슘 섬 남단에서 격추됐다"며 "기체는 헹감 섬과 게슘 섬 사이 페르시아만 해역에 추락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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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과 미군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투기 격추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AFP 통신에 전했다.
미군은 그동안 이란의 방공망이 대부분 무력화됐다고 강조해왔는데, 이날 F-15E와 A-10이 잇따라 격추되면서 이 같은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한 대가 지난달 19일 혁명수비대의 공격으로 추정되는 대공 사격에 맞아 비상 착륙한 바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이라크 서부에서 작전 중이던 KC-135 공중급유기가 다른 공중급유기와 추락해 탑승자 6명이 전원 사망했다. 개전 초기인 3월2일에는 F-15 전투기 3대가 쿠웨이트군의 오인 공격으로 추락했다.
특히 이번 미 전투기와 공격기의 격추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일 향후 '2~3주 간 극도로 강력한 타격'을 예고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들 군용기의 정확한 임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격추 장소로 미뤄 각각 이란 내 인프라와 호르무즈 해협 주변을 타격하는 작전 중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직후 미군은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대형 교량을 공습으로 파괴했으며, 이란이 미국의 요구 사항에 입각한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 예고한대로 발전소도 타격할 것임을 경고한 상태다.
공세 강도를 끌어올린 미군에 맞서 이란군도 개전 후 처음으로 미 전투기를 격추함으로써 저항의 여력과 의지가 있음을 보여줬다.
미군은 개전 이후 일방적인 공습으로 이란의 해군·공군과 방공망을 대부분 파괴했다고 밝혔지만, 이란은 여전히 상당량의 미사일·드론 발사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당국의 분석이 CNN에 보도되기도 했다.
양측의 교전은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란 관영 파르스 통신은 미국이 지난 1일 우방국 중 한 곳을 통해 48시간 동안의 휴전을 제안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두차례 연장한 이란 내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 공격 유예 기간이 다음주 월요일인 오는 6일 종료된다는 점에서 이번 주말은 전쟁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NBC와 전화 통화에서 이번 미 전투기 등의 격추가 이란과의 협상에 영향을 끼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 이건 전쟁이다. 우리는 전쟁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전투기 격추가 보도되고 나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격추 관련 언급 없이 뜻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한 문장을 올렸다.
'KEEP THE OIL, ANYONE?'이 전부였는데,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후에 석유를 갖고 싶다는 의향을 표명했다는 해석과, 동맹국들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는 유조선의 석유를 가지라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 외신에 분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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