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문자상담 대기만 20분, 도움 요청한 청년들은 어디로?

게티이미지뱅크

 

누군가 어렵게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했는데 아무런 답변 없이 20분을 기다려야 한다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평범한 상황에서는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심리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전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자살예방 문자상담 서비스의 운영 실태는 단순히 상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넘어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끝까지 연결하고 보호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자살예방 문자상담 서비스의 평균 대기시간은 20.17분이었습니다. 상담원은 15명에 불과했고, 답변을 기다리다가 상담을 포기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않고 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상담을 기다리다 떠난 사람들에게 다시 연락할 수 있는 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자살예방 상담은 일반적인 고객센터 상담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상품을 문의하거나 예약을 변경하는 상담이라면 답변이 늦어져도 나중에 다시 연락할 수 있지만, 심각한 심리적 위기 속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단독] 자살예방 앱 '마들랜', 기다림 90분 상담은 5분 < 뉴스 < 보건복지 < 헬스케어 < 기사본문 - 한스경제

 

상담을 신청했다는 사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고, 그 신호가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평균 대기시간이 20분이라고 해서 모든 상담 신청자가 같은 시간 동안 기다렸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더 빨리 연결됐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은 훨씬 오래 기다렸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평균 수치뿐 아니라 실제 상담 연결률과 대기시간 분포, 중도 이탈 현황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사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부분은 고립·은둔 청년 상담 관리 실태입니다.

 

상담 대상자 703명 가운데 548명이 상담을 중단했는데, 재단에서는 그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단순 계산으로 전체 대상자의 약 78%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물론 상담을 중단했다고 해서 모두 자살 위험이 높거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상담을 중단했을 수도 있고, 다른 기관에서 도움을 받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담이 왜 중단됐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면 실제로 추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특히 고립이나 은둔 상태에 있는 청년들은 외부와 소통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상담을 신청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고, 어렵게 연결된 상담을 중단한 뒤 다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독] 복지부 긴급 109 자살예방상담전화···“다음에 다시 전화하세요” < 헤드라인톱 < 의료·헬스 < IT과학 < 기사본문 -  이뉴스투데이

 

이런 특성을 고려하면 상담을 시작하는 과정만큼 상담이 끊어진 이후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상담을 중단한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연락하는 방식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정신건강 상담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익명성과 사생활 보호가 중요합니다.

 

상담을 신청한 사람이 자신의 신원을 공개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 원하지 않는 연락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측에서도 익명 상담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탈자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현실적인 제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익명성 보장과 사후관리 강화가 반드시 서로 충돌하는 목표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안된 것처럼 상담 신청 단계에서 재연락 여부에 대한 동의를 선택적으로 받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 제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익명으로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 추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에게는 본인의 동의에 따라 다시 연락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힘들거나 혼자라 느껴질때 자살예방상담전화는 109로 연락주세요 : 네이버 블로그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을 일괄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계속 받고 싶은 사람이 상담 연결이 끊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는 일입니다.

 

상담 인력 확충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문자상담원은 15명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이 인원만으로 실제 상담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시간대별 상담 신청 건수와 근무 인원, 상담 소요시간 등의 자료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상담의 특성상 한 사람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고, 위기 상황에 따라 상담의 난이도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상담 대기시간을 줄이는 데만 집중해 상담원 한 명이 지나치게 많은 상담을 동시에 담당하게 된다면 오히려 상담의 질이 떨어질 우려도 있습니다.

 

결국 상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동시에 전문적인 교육과 상담원 보호, 적절한 업무량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 하나 생각해 볼 부분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화 통화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문자상담은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거나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어 통화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문자로는 비교적 편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자상담을 도입했다는 사실만으로 접근성이 충분히 확보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보는 MBC] '자살 예방' 핫라인? 전화 안 받고 상담 안 되고‥

 

연락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는 것과 실제로 필요한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상담을 신청한 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대기 중에는 어떤 안내를 받을 수 있는지, 긴급한 위험이 확인되면 어떻게 대응하는지까지 구체적인 운영체계가 필요합니다.

 

상담 연결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예상 대기시간을 안내하고,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긴급 지원 경로를 알리는 방법도 검토할 만합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자살예방 상담전화 988이 사례로 언급된 것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미국은 상담 응답 건수와 응답률, 이탈 건수, 응답 시간 등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상담이 얼마나 많이 이루어졌는지만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얼마나 신속하게 연결됐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다리다 떠났는지를 투명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 신청 건수가 많다는 사실이 반드시 서비스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신청한 사람 가운데 실제 상담까지 연결된 비율과 상담 이후 필요한 지원으로 이어진 정도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공공보건의료 투자 부족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보건복지부 제2차 공공보건의료... - 오마이포토

 

2021년 발표된 제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 따른 재정 투입이 당초 계획의 64.3%에 그쳤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과 공공병상 비중이 OECD 평균보다 크게 낮다는 통계도 제시됐습니다.

 

자살예방 상담과 공공의료 투자 문제는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공통적으로 생각해 볼 지점이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제도는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신건강 지원은 문제가 심각해진 이후에만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조기에 연결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보도를 접하면서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평균 대기시간 20.17분이라는 숫자보다 그 시간 동안 답변을 기다렸을 사람들의 상황입니다.

 

그중에는 상담 연결을 기다리다가 스스로 마음을 추스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다른 곳에서 도움을 받은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했지만 연결되지 못한 사람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확한 이탈 현황과 이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느 쪽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문제를 단순히 상담원을 몇 명 더 늘리면 해결되는 행정적인 문제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상담 접근성, 전문 인력, 개인정보 보호, 위기 대응, 사후관리까지 연결되는 전체적인 체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낸 사람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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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서비스의 성과는 상담 창구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느냐보다, 실제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얼마나 신속하고 적절하게 응답했느냐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문제들이 일회성 지적으로 끝나지 않고 구체적인 개선으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익명성을 존중하면서도 필요한 경우 지속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담체계, 상담원과 이용자 모두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운영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사람들에게 기다림과 연결 실패가 또 하나의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어렵게 내민 손이 실제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자살예방 상담의 가장 기본적인 연결 과정부터 제대로 점검해야 할 때입니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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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
    죽기직전 도움을 요청한걸텐데 너머 안타까운 현실이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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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기
    힘들어서 겨우 용기 내 문을 두드린 걸 텐데, 대기 시간만 평균 20분이 넘어가고 이탈자 파악조차 안 된다는 건 정말 큰 사각지대 같아요. 미국 사례처럼 상담 신청 단계에서 재연락 동의를 받는 등의 방식을 도입해서, 도움이 필요한 청년들이 중간에 포기하거나 방치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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