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채우고도 받지 못한 연금
국민연금 보험료를 최소 가입기간인 10년 이상 납부하고도 연금을 단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장애인이 최근 5년간 6,100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령연금은 가입기간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정해진 수급 연령에 도달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하면 오랫동안 보험료를 납부했어도 본인이 노령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 건강 상태와 기대수명, 소득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수급 전에 세상을 떠난 장애인 1만3천명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한 등록 장애인은 총 1만3,263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심한 장애가 있었던 가입자는 8,731명으로, 경증 장애 사망자 4,532명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특히 사망자 중 6,100명은 국민연금 최소 가입기간인 120개월을 채웠는데도 수급 연령에 도달하지 못해 노령연금을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전체 수급 전 사망 장애인의 약 46%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중증 장애인이 겪는 이중 부담
장애가 심한 가입자들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공단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심한 장애가 있는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104개월, 약 8년 7개월이었습니다
노령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기간인 10년에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평균 기준소득월액도 심한 장애가 있는 가입자는 약 171만 원으로, 경증 장애인의 약 276만 원보다 낮았습니다
소득이 낮거나 경제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워 보험료 납부가 끊길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연금 수급을 위한 가입기간과 연령 요건까지 충족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장애인에게도 같은 연령 기준이 맞을까
현재 국민연금은 일반적인 노령연금 수급 연령을 출생연도에 따라 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탄광 근로자나 선원 등 일부 특수직종 종사자에게는 노동환경과 신체적 부담을 고려해 일반 가입자보다 일찍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특례가 마련돼 있습니다
소병훈 의원은 중증·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보다 기대수명이 짧거나 신체적 퇴행이 일찍 나타날 수 있다며 수급 개시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실제로 연령을 낮추려면 대상 범위와 지급 기준,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받지 못한 연금은 모두 사라질까
여기서 구분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노령연금을 받기 전에 사망했다고 해서 모든 경우에 유족이 아무런 급여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가입자의 상황과 유족 요건에 따라 유족연금이나 반환일시금, 사망일시금 등 다른 급여가 지급될 수 있습니다
실제 자료에서도 사망 후 유족연금으로 전환된 경우 등을 제외하고 아직 급여 청구조차 하지 못한 사람이 1,05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통계는 6,100명 모두가 가족을 포함해 어떠한 급여도 받지 못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핵심은 보험료를 10년 이상 납부한 당사자가 정작 본인의 노령연금은 한 번도 받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제도가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
국민연금은 노후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험입니다
하지만 모든 가입자가 같은 건강 상태와 경제적 여건에서 살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장애로 인해 소득활동이 어렵거나 기대수명이 짧을 수 있는 사람에게 일률적인 수급 연령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수급 연령을 낮추는 정책은 재정 부담과 다른 가입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렇더라도 보험료를 오랫동안 납부한 사람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도 전에 사망하는 사례가 반복된다면, 현행 기준이 누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뉴스 핵심
최근 5년간 국민연금 노령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사망한 등록 장애인은 1만3,263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6,100명은 최소 가입기간인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고도 노령연금을 한 번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습니다
중증 장애인의 평균 가입기간과 소득 수준이 경증 장애인보다 낮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이에 중증·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번 통계는 단순히 연금을 받지 못한 사람의 숫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의 건강과 소득, 기대수명을 고려한 노후 보장 제도가 충분한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