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실시한 사형제 관련 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52.9%가 "사형제를 유지하고 필요시 집행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법적 유지만 해야 한다는 응답(34.3%)까지 포함하면 대다수의 시민이 사형제 유지를 지지하고 있으며, 법적 폐지 응답은 8.5%에 불과했습니다. 응답자의 70.9%가 세계적인 사형제 폐지 및 비집행 추세를 알고 있음에도, 사형제를 바라볼 때 인권 측면보다는 흉악범죄 처벌 필요성과 사회 안전, 가석방 없는 종신형 같은 대체 형벌 마련을 훨씬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뉴스나 TV를 보다 보면 세상이 참 가혹하고 무서워졌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무서운 흉악범죄 소식들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사회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먼저 밀려오곤 하지요. 이번 조사 결과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왜 사형제를 선뜻 놓지 못하는지 그 지친 마음들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국제적인 흐름이나 법적인 원칙을 몰라서가 아니지요. 대다수 사람들이 이미 세계적으로 사형을 안 하는 추세라는 것도 알고,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팩트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사형제 유지와 집행을 원한다는 것은, 그만큼 법이 선량한 대중을 제대로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무력감과 불안함이 크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과 그 마음에 매일 눈물 흘릴 이들을 생각하면, 흉악범에 대한 단호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인간적인 마음일 겁니다.
인권이라는 가치가 참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작 내 삶의 터전이 불안하고 법의 테두리가 헐겁게 느껴질 때는, 담론적인 인권보다 당장 내 눈앞의 안전과 확실한 처벌이 더 절실해지기 마련이지요.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국민들의 이런 솔직하고 현실적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그저 '국제 기준에 맞추자'거나 '인권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만 되풀이한다면 대중의 공감을 얻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제도를 없애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법과 정의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느냐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봅니다. 가석방 없는 엄격한 종신형처럼 죄값을 확실히 치르게 하는 대체 형벌 제도를 촘촘히 다듬고, 범죄 피해자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보듬어 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먼저 단단하게 갖춰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이 정당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형제에 대한 단단한 열망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