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에서 부하 직원을 상대로 약 2년에 걸쳐 50차례나 강제추행을 한 60대 회사 임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거절하고 항의했는데도 범행이 계속됐다는 점에서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울산지법은 상습 강제추행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에 사회봉사 200시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습니다.
울산의 한 중소기업 임원이었던 A씨는 2019년 11월부터 약 2년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부하 여직원 B씨에게 업무를 가르쳐주겠다며 접근한 뒤 어깨와 목, 가슴 등을 만지는 등 약 50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나타냈는데도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기사에 따르면 B씨가 지속적으로 거절하고 항의했지만 A씨는 오히려 수위를 높여가며 추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야근 중 피해자를 찾아가 성폭행을 시도했고,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직장은 생계를 위해 매일 출근해야 하는 공간입니다. 더구나 상대가 자신보다 높은 직급의 상사라면 부당한 행동을 당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회사를 떠나는 결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벌어지는 성범죄는 피해자가 왜 곧바로 피하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가해자가 그 관계를 이용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재판부도 피해자가 계속 거절하고 항의했는데도 A씨가 추행을 이어가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 상당한 피해보상을 하고 합의한 점과 초범이라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피해자와 합의하고 보상했다는 사정이 형량에 어느 정도까지 반영돼야 하는지를 두고 여러 생각이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 2년이라는 긴 기간과 50차례가량 반복된 범행, 피해자의 명확한 거부에도 행동이 이어졌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단순한 한 번의 실수나 순간적인 잘못으로 보기 어려운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조직 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상급자가 가해자인 상황에서도 불이익에 대한 걱정 없이 신고할 수 있고, 신고 이후 피해자가 오히려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직급이 높다는 것이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할 권한까지 주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여러 차례 거부했음에도 장기간 범행이 이어졌다는 이번 사건은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 사이의 문제로만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를 다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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