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제약사들이 전문성과 경영 효율성 강화를 목표로 잇따라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각 기업이 처한 경영 환경과 전략적 목표에 따라 물적분할과 흡수합병이라는 상반된 카드를 꺼내 들고 있어, 개편이 향후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조직 분할과 신설을 통해 독립적인 자회사를 출범한 대표적인 기업은 보령과 종근당이다. 보령은 최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전문의약품(ETC) 영업부문의 물적분할 안건을 가결했다. 이에 따라 모회사 보령이 상장법인으로 존속하되, 커머셜 부문을 전담할 신설법인 ‘보령파마솔루션(BPS)’을 100% 비상장 자회사로 두게 된다. 분할기일은 내년 1월 4일이다.
보령파마솔루션은 국내 영업 및 마케팅, 유통을 전담하고, 보령은 연구개발(R&D)과 생산, 글로벌 사업에 집중한다. 보령은 2030년까지 자사 제품과 도입 상품 등 신규 품목을 대거 추가할 계획이며, 개발부터 영업까지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해 의사결정 권한과 성과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정균 보령 대표는 보령파마솔루션 상장을 계획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종근당 역시 올해 7월 연구개발(R&D) 전문회사인 ‘뉴라테온’을 자회사로 신설하며 조직을 분리했다. 뉴라테온은 종근당 효종연구소의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약, 개량신약, 제네릭 등의 제제연구와 분석연구 등 R&D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체 개발은 물론, 기술이전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까지 확대해 기술 중심의 연구개발 플랫폼 기업으로 전문성을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분리됐던 조직을 다시 품어 역량을 일원화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2013년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분리했던 100% 자회사 동아제약을 올해 10월 1일 흡수합병했다. 박카스와 일반의약품(OTC), 건강기능식품 등 소비자 헬스케어 사업을 담당하던 동아제약을 합병하면서, 존속법인의 사명 역시 동아제약으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동아제약은 자산 1조4000억원 규모의 상장 제약사가 됐으며, 순수 지주회사에서 벗어나 자체 사업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형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영업현금흐름과 경영 효율성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들어 휴온스와 일동제약, 알테오젠도 잇따라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며 통합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휴온스는 지난 6월 완제의약품 제조 및 판매 자회사인 휴온스생명과학을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흡수해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 관리, 판매 체계를 통합했다. 이를 통해 오송공장의 고형제 생산 역량을 내재화하고, 의약품 위탁생산(CMO) 등 제약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였다.
일동제약은 신약 R&D 전문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해 연구개발과 사업화 조직을 하나로 묶었다.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장관 질환 치료제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 등 핵심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조직을 통합해 글로벌 기술수출과 상업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다.
알테오젠 역시 자회사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를 12월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알테오젠바이오로직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황반변성 치료제 등을 개발해 온 자회사다. 합병 이후에는 기초 연구부터 글로벌 임상, 허가, 영업 및 마케팅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사업 체계를 본사에 일원화해 구축하게 된다. 자회사 파이프라인 개발 성과를 기업가치에 직접 반영하고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제약계 사업 구조 재편이 향후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영 효율성 극대화라는 목표는 동일하지만, 기업마다 매출 구조와 조직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채택하는 모습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사업부나 연구 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하면 해당 분야에 고도로 집중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고 성과 관리도 명확해진다”라며 “반면 흡수합병은 분산된 자원을 통합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성장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