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구진 720문항 실험…"대면 시험 공정성 위협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기로 했다. 수능 부정행위자의 응시자격 정지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교육부는 2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수능 스마트안경 활용 부정행위 관련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가전매장 스마트안경 판매대 모습. 2026.10.29 city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인공지능(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시험 부정행위가 잇따라 적발되는 가운데, 스마트안경으로 시험지를 촬영한 것과 유사한 환경에서 AI가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제의 80% 이상을 맞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일 독일 마르틴 루터 할레-비텐베르크대 루퍼트 우르반스키·랄프 페터스 연구진이 제17회 컴퓨터지원교육 국제학술대회(CSEDU 2025)에서 발표한 '대면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하는 대규모 언어모델·비전언어모델: 스마트안경과 컴퓨터 비전을 활용한 평가' 논문에는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문항을 토대로 한 AI 모델의 문제풀이 능력 실험 결과가 실렸다.
실험에 사용된 문항은 독해 396개와 수학 324개 등 총 720개로, 과거 공개된 SAT 시험 문항이다.
연구진은 실제 스마트안경과 AI를 연결해 시험을 보게 하는 대신, 스마트안경으로 시험지를 바라볼 때 나타날 수 있는 이미지 왜곡을 인위적으로 재현했다.
실제 시험 상황에 가깝도록 시험지 이미지에 약 75도 회전에 해당하는 원근 왜곡을 적용하고 3픽셀의 흐림 효과와 5%의 노이즈를 더했다. 스마트안경으로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시험지를 바라보는 상황을 모사한 것이다.
이렇게 가공한 문제를 구글의 '제미나이 1.5 프로-002'에 풀도록 한 결과 전체 정답률은 82.78%에 달했다. 수학 문제는 87.96%, 독해 문제는 78.54%를 맞혔다.
오픈AI의 'GPT-4o'도 전체 문제의 75.69%를 맞혔다. 수학 정답률은 74.69%, 독해는 76.52%였다.
이미지 왜곡이 없는 깨끗한 문제만 제시했을 때는 GPT-4o가 87.22%, 제미나이가 84.58%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화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상용 AI 모델이 시험 문제를 높은 정확도로 풀 수 있으며, 스마트안경이 대면 시험의 공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마트안경은 학생들끼리 별도로 협력할 필요 없이 AI 모델에 문제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연구진은 "스마트안경이 시험 문제를 AI에 전달하는 입력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화면 표시 기능이 없는 스마트안경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는 일반 안경과 사실상 구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이 실제 작동하는 AI 커닝 안경을 만들어 시험장에서 검증한 것은 아니다.
시험 문제 역시 한 페이지에 한 문항만 보이도록 가공돼 여러 문항 가운데 풀 문제를 AI가 찾아내야 하는 실제 시험 상황의 어려움은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잇따라 벌어지며 교육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수시 논술시험에서는 시험 전 확인 때 일반 안경을 착용했다가 시험이 시작된 뒤 스마트안경으로 바꿔 쓴 수험생들이 적발됐다. 국가자격시험에서는 올해 들어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5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교육당국도 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스마트안경 여부 판단을 위한 전담 인력을 시험장별 1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채 시험을 보면 해당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다음 해 수능 응시 자격도 정지된다. 단순히 소지한 경우에도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수사 의뢰 등 형사 조치에도 나서며, 현재 1년인 부정행위자의 수능 응시 자격 정지 기간을 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ramb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