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에 딴지 건 베를린 시장, 재선 도전 접어

'테니스 스캔들'에 여론 악화…불출마 선언

일본 도쿄에서 북 치는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카이 베그너(53) 독일 베를린 시장이 오는 9월 시의회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 소속인 그가 베를린 시내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한 뒤 당국이 소녀상을 강제로 철거한 바 있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베그너 시장은 1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CDU가 새롭게 출발해 좌파 연대의 집권을 저지하길 바란다"며 오는 9월 20일 선거에서 시장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베그너 시장은 올해 1월 대규모 정전 사태 첫날 테니스를 치고도 "집 안에 있는 사무공간에서 업무를 조율했다"고 거짓말해 당내에서도 사퇴 요구를 받았다. 테니스 상대는 연인이자 자신이 임명한 카타리나 귄터뷘슈(43) 베를린 교육장관이었다.

당시 정전은 열병합발전소와 연결된 고압 송전 케이블에 불이 나면서 발생했다.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혹한에 베를린 남서부 약 4만5천 가구에 전기가 끊겨 주민들이 추위에 떨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를린에서 발생한 최장 시간 정전으로 기록됐다.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오른쪽)과 테니스 상대 카타리나 귄터뷘슈 교육장관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그너 시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다시 치러진 2023년 2월 시의회 선거에서 CDU가 승리하고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과 연립정부를 꾸리면서 시장이 됐다. 진보 성향이 강한 베를린에서 CDU 소속 시장은 22년 만이었다.

CDU는 당시 선거에서 28.2%를 득표했다. 그러나 이달 2일 발표된 인프라테스트디맵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져 좌파당(20%), 녹색당(19%), 독일대안당(18%)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좌파가 주도하는 연정이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베그너 시장은 2024년 5월 자매결연 도시 도쿄를 방문해 가미카와 요코 당시 일본 외무상에게 소녀상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베를린 미테구청은 이듬해 10월 공공부지에 있던 소녀상을 강제 철거했다. 소녀상은 올해 1월 시내 민간 문화공간 예술·도시학센터(ZK/U)로 자리를 옮겼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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