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계엄 직후 전투통제실 재구성…"군, 국회 상공 헬기 보고 충격"
김용현, 건의하는 참모 노려보기도…"김명수 직언했다면 군 명예로웠을 것"

(과천=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 김정민 특검보가 3일 과천 특검사무실에서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전직 군 지휘부 4인 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3 cityboy@yna.co.kr
(과천=연합뉴스) 박재현 최윤선 기자 =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명수 전 국군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병력 철수를 건의하는 참모들에게 '권한이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응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한 권창영 2차종합특검팀은 "김 전 의장이 용기를 내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에게 직언했다면 군이 이번 사태에서 명예로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검은 3일 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합참 전투통제실 내에서 발생한 일들을 시간 흐름에 따라 재구성해 발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34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합참 전투통제실에서 지휘관 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명령에 불응하면 항명죄로 다스리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김 전 의장은 오후 11시 2분께 전투통제실에 도착해 국방부 장관에게 무슨 상황인지 물었으나, 김 전 장관은 자세한 설명 없이 '대북 태세에 전념하라'고만 말했다.
이후 전투통제실에 모여있던 군인들은 뉴스 생중계를 통해 무장 병력을 태운 헬기가 나타나는 장면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고, 비상계엄이 과연 적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이 무렵 합참 참모들이 김명수 전 의장에게 '계엄 선포 절차가 이상하다', '국회에 병력이 들어가는 건 위험하니 빼야 한다'며 건의했으며, 이를 옆에서 들은 김용현 전 장관이 매섭게 노려봤다는 진술도 특검팀은 확보했다.
이튿날 오전 2시 17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합참 전투통제실에 도착했다.
윤 전 대통령은 김명수 전 합참의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와 악수를 하면서 "여기 다 모여있었구나. 합참의장도 나와 있네?" 등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어 김용현 전 장관,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 등과 함께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로 들어간 윤 전 대통령은 언성을 높이면서 '병력을 더 보내야 한다', '다시 하면 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명수 전 의장 역시 합참 간부들을 소집해 계엄 상황 관련 회의를 진행했다.
여기서도 참모들은 계엄 선포에 절차적 문제가 있으며, 국회에 군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건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특검팀은 이런 일련의 상황 속에서 김 전 의장이 비상계엄 선포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소극 대응해 내란을 도왔다고 판단했다.
김 전 의장은 국회에서 병력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참모진의 건의에도 '뭔가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계엄사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나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묵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뿐만 아니라 특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에 '계엄 사무를 우선하라'는 취지의 단편 명령을 하달하고, 다수의 합참 인원을 계엄 사령부에 보내 상황실 구성에 협조한 사실도 조사를 통해 파악됐다.
이게 특검팀은 김 전 의장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부하 범죄 부진정 혐의를 적용해 전날 기소했다.
앞서 구속된 이재식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차장과 정진팔 전 합참차장, 김흥준 전 육군본부 정책실장 또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겼다.
다만 특검팀은 같은 혐의로 입건했던 이승오 전 합참 작전본부장과 강동길 전 군사지원본부장, 안창명 전 작전부장 등 3명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 전 본부장 등이 김 전 의장에게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군 투입에 절차적·법적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건의한 점을 고려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정민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참모들의 건의가 있었던 시점에 김 전 의장이 조금 더 용기를 냈다면 계엄 상황이 조기에 종료되거나 막힐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장관에게 따져보거나 직언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군이 훨씬 더 명예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기소 처분된 이승오 전 작전본부장 등 3명에 대해서는 "군 헬기가 국회 상공에 나타난 것을 본 뒤에는 계엄을 반대하고 병력 철수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여러 차례 냈다"며 "국헌 문란의 목적이 없는 것 명백하다고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과천=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 김정민 특검보가 3일 과천 특검사무실에서 김명수 전 합참의장 등 전직 군 지휘부 4인 기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3 cityboy@yna.co.kr
김 전 의장은 특검팀의 기소 결정에 대해 "일방적인 사실인정과 무리한 법률해석 위에서 이뤄져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장 측 변호인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앞서 법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김 의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며 "이후 사실관계나 증거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특검이 동일한 내용으로 기소를 강행한 것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앞서 내란특검은 계엄 선포 이후 군령권이 의장이 아닌 계엄사령관에 이전되었다고 판단해 의장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이번 기소는 새로운 사실이나 물증의 발견이 아니라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 평가를 달리한 것에 불과하다" 강조했다.
아울러 "김 의장은 비상계엄 모의·준비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고, 당일에도 계엄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사태의 조기 종결을 건의했다"며 "그런데도 특검이 김 의장을 기소한 것은 사실과 법리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예단 내지 별도의 목적·의도에 기반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trau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