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투자 제약사 약가인하 30% 감면…국산 신약 환급계약 확대

새해 제약업계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건강보험공단이 사용량이 급증한 의약품의 약가를 조정하는 제도를 손질해 연구개발(R&D) 투자 제약사에는 약가 인하 부담을 덜어주고, 국산 신약은 환급 계약을 확대해 수출경쟁력을 지원한다.

건강보험공단은 제약산업의 성장을 돕고 예기치 못한 감염병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운영지침'을 일부 개정해 공고했다고 27일 밝혔다.

개정 지침은 약값 인하 협상의 종류와 실제 약을 얼마나 썼는지 계산하는 방법, 그리고 제약사가 돈으로 돌려주는 계약 절차 등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힘쓰는 제약회사를 위한 지원책이다. 최근 5년 동안 약값 인하 협상을 2차례 이상 거치며 정부 정책에 성실히 협조해 온 약이 대상이다. 이 중에서도 정부가 공인한 우수 제약기업인 혁신형 제약기업이거나 전체 매출액의 10% 이상을 오로지 연구개발비에 재투자하는 회사의 약이라면 이번 지침에 따라 원래 깎아야 하는 약값 인하율의 30%를 면제받게 된다. 신약 개발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출에 나서는 국산 의약품이 해외 시장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장치도 강화됐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공식 약값이 깎이면 해외 정부나 바이어들도 가격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수출길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신약이나 세포치료제 등은 환자들이 처방받는 겉보기 약값인 상한금액은 깎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준다. 대신 깎았어야 할 차액만큼을 제약회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현금으로 직접 송금해 돌려주는 환급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 이 계약은 기본 3년 동안 유지되며 필요시 3년 더 연장할 수 있다.

억울하게 약값이 깎이는 사각지대도 메웠다. 제약회사가 약을 잘 팔아서 판매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위기나 복지 정책의 변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량이 늘어난 약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한 감염병이 돌아서 정부 요청으로 급하게 약을 많이 생산했거나, 정부가 난임 시술의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면서 관련 약물 판매량이 급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약들은 제약사의 의도와 상관없이 사용량이 늘어난 것이므로 약값을 영구적으로 깎아버리는 대신 딱 한 번만 현금으로 정산하고 끝내는 일회성 환급계약 제도를 신설해 구제하기로 했다.

물론 건강보험 재정을 지키기 위한 기본적인 약값 인하 기준은 여전히 엄격하게 작동한다. 처음 등록할 때 약속한 예상치보다 30% 이상 많이 팔린 '유형 가' 약제나, 이미 약값을 깎았는데도 그다음 해에 판매량이 또 60% 이상 급증한 '유형 나' 약제 등은 예외 없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가 값을 깎아야 한다. 다만 총판매액이 1년에 30억원 미만인 약이거나 이미 시장 평균가보다 10% 이상 싸게 공급되는 약, 값이 원래 너무 저렴해 생산을 중단할 우려가 있는 약 등은 보호 조치에 따라 감면 대상에서 빠진다.

개정 지침은 지난 6월 25일부터 즉시 시행에 들어갔으며, 현재 건강보험공단과 약값 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약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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