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땐 자백하더니 법정선 부인한 아내…남편 "내가 사장" 주장
법원 "사용자라는 점 증명 부족" 아내에 무죄 선고…검찰 항소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장에서 등기상 대표이사와 실제 사용자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되면 누가 형사책임을 져야 할까.
수사기관에서는 혐의를 인정했던 대표이사가 법정에서는 자신이 실제 사용자가 아니라고 번복한 이 사건을 살핀 법원은 대표이사가 사용자라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원 홍천군 한 회사에서 2023년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근무했던 외국인 노동자 A씨는 임금 약 1천650만원과 퇴직금 약 175만원을 받지 못했다.
근로기준법 위반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대표이사 B(62·여)씨는 혐의를 인정했다.
수사기관은 B씨가 대표이사로 등재된 기간이 짧지 않았던 점과 경영에 일정 부분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더해 B씨가 혐의를 모두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해 B씨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B씨는 법정에서 "실제 사용자는 남편인 C씨"라며 자신은 대표이사로 등재됐을 뿐 실제 경영자가 아니라고 부인하며 이전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증인으로 나선 C씨 역시 자신이 회사를 설립해서 운영했는데, 당시 신용이 좋지 않아 사업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돼 불가피하게 아내인 B씨를 회사 이사로 등기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C씨는 회사 설립 당시부터 직원 급여, 지출결의서, 견적서 등 대표이사 결재란에 자신이 직접 서명했고, 인사관리부터 직원 채용과 외부 영업 등을 포함한 회사 모든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만일 임금과 퇴직금 체불로 처벌받아야 한다면 아내가 아닌 자신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했다.
체불을 겪은 노동자 A씨 역시 "B씨를 잘 알지 못한다"며 C씨가 사장이라고 가리켰다.
사건을 심리한 춘천지법 형사2단독 고범진 부장판사는 이 같은 진술 등을 종합해 B씨에게 무죄를 내렸다.
B씨가 근로자의 인사·급여·후생·노무관리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해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담당했다거나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명령이나 지휘·감독했다는 증거가 부족한 점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는 한편 실제 사용자라고 법정에서 진술한 남편 C씨 대해서는 피해자의 진정 또는 고소에 따라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conan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