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560원을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과도한 쏠림을 경고하는 정부의 구두 개입도 시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달러 조달에 문제가 없다 해도, 고환율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서민과 내수 기업을 압박하는 현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환율은 지난 5일 서울외환시장 주간거래에서 1540원대에서 등락하다 1539.1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6일 새벽 2시에 끝난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한때 1561.5원까지 치솟은 뒤 1559원에 마감했다. 주간거래 종가와 비교하면 19.9원이나 더 오른 셈이다. 최근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 지연과 외국인의 국내 주식 대규모 매도, 그리고 달러 강세가 자리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는 올해 들어 120조원에 육박한다. 우리 경제가 사상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출업체의 환전이 제한적이어서 달러 수급의 불균형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한 1600원선 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
구윤철 부총리는 7일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파생상품 거래를 통한 쏠림 현상을 지적하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화 약세 흐름에 편승한 시장교란 의심 행위와 수출입 기업들의 불법거래 등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시의적절한 대책이지만 이 정도로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른 나라 통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원화의 절하폭이 유독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원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작은 만큼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하다. 원화 국제화와 외환시장 저변 확대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대미 투자금도 외환시장의 심리적 압박 요인으로 거론되는 만큼, 미국과의 외환시장 안정화 협의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고환율이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외채 상환 불능이나 금융 시스템 위기를 예고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고환율이 장기화되면 물가에 큰 부담이 된다. 수입물가 상승은 생필품과 에너지 가격을 밀어올려 서민층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에 가장 먼저 충격을 준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다지만, 고환율 충격이 더 커지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과 내수 업종에 대한 지원 확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