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이른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500원선을 돌파했다. 고유가와 맞물려 우리 경제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달러 수요를 감안할 때 원화 약세가 쉽게 꺾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란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미국 국채로 유동성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에 국내 증시에서는 연일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10일 연속 매도했고,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44조원이 넘는다. 현재로서도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1.25%포인트 낮은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해 금리 차가 확대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회수할 동기가 커진다.
환율이 1500원에서 머문 시기는 무척 드물다. IMF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올해가 처음이다. 과거처럼 외화 유동성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지만 1500원대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경제 기초체력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물가다.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데도 이미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였다. 물가가 높으면 반도체 호황으로 세수가 아무리 넘친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재정을 펴는 데 제약이 생긴다. '돈뿌리기'가 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운신의 폭도 좁아져 부채를 보유한 가계와 기업에 부담이 가중된다.
환율 1500원대는 단순한 외환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물가·금리·성장 여력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위기의 신호라는 점에서 당국의 대응이 절실하다. 우선 투기적 수요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역외 헤지펀드와 투기 세력이 원화 추가 약세를 예상하고 달라 매수세를 집중하지 못하도록 환율 수호에 의지를 천명하고 급격한 환율 변동시 실제 개입에 나서야 한다. 2024년 4월 성사되었던 '한·미·일 재무장관 공동 구두개입'과 같은 다자간 공조 체제를 가동하는 것도 검토할만하다.
여기에 개인이나 대기업이 자금을 원화로 환전해 국내로 들여올 때 혜택을 늘려 시중의 달러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은행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때를 대비해 금융당국이 취약계층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