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돌파했다. 수익률도 역대 최고치인 6.5%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위 수익자의 높은 성과가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영향으로, 전체 가입자의 절반은 2∼4%대 수익률에 그쳤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20일 이런 내용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1년 전에 견줘 16.1% 증가한 501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255조5천억원이던 적립금 규모는 2022년(335조9천억원) 처음 300조원을 넘어섰고, 2024년(431조7천억원) 400조원을 돌파한 지 1년 만에 500조원을 넘어섰다.
세제혜택을 노린 개인형퇴직연금(IRP·아이알피)과 증시 활황에 따른 상장지수펀드(ETF·이티에프) 투자 확대 영향이 컸다. 아이알피 적립금은 130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32.6% 급증했다. 아이알피는 연간 납입액 기준 최대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티에프 투자금액도 지난해 48조7천억원으로 집계돼 3년 연속 100%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수익률은 6.5%로 제도 도입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평균의 함정이 숨어있다’고 짚었다. 가입자의 49.6%는 2∼4%대 낮은 수익률에 머물렀고, 10.8%는 0∼2%에 그쳤다. 반면 10% 이상 수익률을 낸 가입자 비중은 23.3%로, 이들이 전체 평균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정기예금 등에 투자하는 원리금보장형 수익률도 3.1%에 그친 반면,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은 16.8%를 기록했다.

수익률 상위 10% 그룹(수익률 19.5%)을 따로 분석한 결과, 이들은 전체 적립금의 84%를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했다. 그 결과 적립금 증가액의 67%가 운용수익으로 채워졌다. 반면 하위 10% 그룹(수익률 0.5%)은 적립금의 74%를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했다. 적립금 증가액 대부분이 납입 원금이었고, 운용수익 비중은 23%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수익률 개선을 위해 ‘생애주기펀드’(TDF)와 ‘디폴트옵션’을 제안했다. 생애주기펀드는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지난해 생애주기펀드의 연간 수익률은 전체 수익률의 두배를 웃도는 13.7%를 기록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한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적극투자형·중립투자형·안정투자형·안정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은행 정기예금 등에 투자하는 안정형 수익률은 2.6%에 그쳤지만, 적극·중립·안정투자형은 각각 14.9%, 10.8%, 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기복 금감원 연금감독실장은 “퇴직연금은 장기간 복리로 운용되는 만큼 가입자 스스로 자산 배분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폴트옵션과 생애주기펀드(TDF) 활성화, 가이드북 발간 등을 통해 가입자의 수익률 제고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