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무난히 보고 즐길 만한 코미디 영화
10분, 아니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영화 ‘와일드 씽’의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데뷔곡 ‘Love is’는 금세 입에 착 붙어 흥얼거리게 된다. ‘탑백귀(Top100 귀)’인 유재석이 들었다면 바로 ‘이거다!’ 하고 무릎을 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영화 개봉 전 공개된 트라이앵글의 ‘Love is’ 뮤직비디오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한껏 올라간 상황. 그리고 뚜껑을 연 영화에는 차트를 뒤흔들(?) 또 하나의 복병 곡이 등장한다. 그를 포함, 여러 뻔뻔한 웃음 요소들 덕분에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꽤나 많이 웃었다.
‘와일드 씽’은 이야기 자체는 심플하다. 3인조 혼성 댄스그룹 트라이앵글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해체된다. 그리고 20년이 흘러 ‘듣보잡 생계형 방송인’이 된 리더 황현우(강동원)에게 재기의 발판이 될 만한 공연 제안이 들어온다. 단, 멤버 모두 ‘완전체’로 모여야 한다는 조건. 연예인으로서 재기가 절실한 현우와 달리 재벌가 며느리가 된 보컬 변도미(박지현)와 빚더미에 앉아 보험 설계사로 일하는 래퍼 구상구(엄태구)는 현우의 재결성 제안에 관심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뭉치게 된 그들은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를 강원도 엑스포 유치 지원 콘서트 무대로 향하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짧은 로드무비와도 같은 우왕좌왕 끝에 그들을 기다리는 건 뭘까.
한물 간 왕년의 스타들이 재기를 위해 한바탕 소동극을 벌이는 작품은 종종 있었다. 당장 ‘스틸 크레이지’나 ‘즐거운 인생’이 떠오르고, 비슷한 결로 ‘스쿨 오브 락’이나 ‘라디오 스타’도 생각난다. 영화가 아니어도 이런 스토리는 익숙한데, 이미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나 ‘무한고전-토토가’ 시리즈, 그리고 무려 유재석·이효리·비가 뭉쳐 만든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혼성그룹 싹쓰리 등 뉴트로 열풍으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사라진 스타의 귀환’ 유의 예능이 201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그리고 이름이 나오는 오정세의 미친 활약. 종영을 앞둔 드라마 ‘모자무싸’에서도 맹활약 중인 오정세는 이 영화에서 장장 38주간 음악방송 2위를 기록한 ‘발라드 왕자’ 최성곤으로 분해 관객들의 허파를 뒤집는다. 정말이다. 웃지 않을 재간이 없다. 후렴구가 중독적으로 혀끝에 맴도는 ‘Love is’와 다르게, 최성곤의 ‘니가 좋아’는 첫 소절부터 후킹이다. 아니, 최성곤 자체가 후킹이랄까. 20년 후 ‘원조 고막남친’에서 유해조수 사냥꾼으로 변한 최성곤의 간극에서도, 끝내 무대에 선 그의 처절함에도 상당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 시절 아이돌에 완벽 빙의한 모습과 현란하기 그지없는 그 시절 음악방송 앵글 등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 분위기를 제대로 소환한 분위기도 합격점. 영화는 과거보단 재결성해 무대를 향하는 현재의 이야기에 집중하지만, 길지 않은 와중에도 과거 소환 장면을 임팩트 있게 구현해 추억을 환기시킨다. 펌프와 싸이월드 등의 소품들을 나열하며 게으르게 그 시절을 소환하던 몇몇 작품들과 달리, 아이돌 위주의 활동 분량만 명확하게 묘사하고 치고 빠지는 점이 깔끔한 선택으로 보인다. 이런 유의 코미디 영화에서 자칫 빠질 수 있는 흔한 억지 신파나 감동 서사가 없는 것도 영화를 부담없이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요소.
러닝타임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6월 3일 개봉한다.
정수진(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