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서 난 더러버서(더러워서) 안 간다 그랬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8일 같은 당 장동혁 대표의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과 관련해 기자들과 문답 도중 한 말이다. ‘광주 5·18 행사장에 가봐야 시민들의 불편한 반응에 직면하기 십상이니 나는 가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힌다. 파문이 커지자 국민의힘은 “(‘더러워서’가 아니라) ‘서러워서’ 안 간다고 말한 것”이라고 발뺌했다. 5·18 행사에 참석하려던 장 대표가 시민단체 반발로 행사장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지난해 상황에 대해, 무심결에 서운한 감정을 표출했을 뿐이란 얘기다. 발언을 최초 보도한 오마이뉴스 등에는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반응에서 국민들이 기시감을 갖는 건 윤석열 정부 시절 떠들썩했던 ‘바이든-날리면’ 파동 때문이다. 하지만 의견이 엇갈렸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음성 파일을 들어본 이들은 열이면 열 “‘더러버서’가 확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악재가 터지면 우기고 을러대 입부터 틀어막고 보는 게 국민의힘의 위기 대응 매뉴얼인가. 사실을 보도한 언론과 발언을 비판한 경쟁 정당을 향해 “법적 조치” 운운할 만큼 결백한 게 맞다면 음성 파일 공개부터 당당하게 요청하면 될 일이다.
백번 양보해 국민의힘 주장대로 ‘서러워서’라고 한 게 맞다고 해도 문제는 달라질 게 없다. 시민 반응이 불편해 5·18 행사가 열리는 광주를 찾지 않았다는 게 100명 넘는 국회의원이 소속된 공당의 원내사령탑이 할 말인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정치인이라면 광주가 왜 그토록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냉랭한지에 대해 무겁게 되돌아보는 게 우선이다.
더 나아가 송 원내대표의 발언이 광주와 5·18에 대해 국민의힘 일부가 가진 불편함과 적대감을 무의식중에 드러냈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직시해야 한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려면 송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책임 있는 조처가 필수다. 계속 우기거나 단순 말실수로 치부한다면 국민의 분노를 키울 뿐이다.
후반기 국회 개원과 함께 헌법 개정을 위한 여야의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길 기대한다.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으려면 건국, 6·25, 새마을운동 정신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의 요구도 이쯤에서 거둬들이는 게 순리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지난해 국민의힘의 대통령선거 공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