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E&A vs SK에코, 하이테크 ‘초순수 밸류체인’ 격돌

삼성E&A 남궁 홍 사장(왼쪽 다섯 번째)과 K-water 윤석대 사장(오른쪽 다섯 번째)을 비롯한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E&A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E&A 제공) 

국내 건설 엔지니어링 업계를 대표하는 삼성E&A와 SK에코플랜트가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초순수(Ultrapure Water)’ 전쟁에 돌입했다.

양사가 며칠 간격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을 구체화하고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면서, 그동안 단순 시공(EPC) 중심에 머물렀던 플랜트 산업의 패러다임이 하이테크 기술 경쟁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양새다.

19일 삼성E&A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와 글로벌 물 시장 공략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소식을 발표하며 안방 사수에 나섰다.

자사의 플랜트 건설 기술력에 수자원공사의 장기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차세대 하이테크 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E&A는 지난 2024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으로 바꾸며 수소와 수처리 등 뉴에너지 중심의 체질 개선을 선언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E&A가 이번 협약을 계기로 하반기 해외 수처리 플랜트 입찰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삼성전자의 평택 및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수주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에코플랜트 역시 수처리 및 반도체 인프라 시장에서의 성과를 가시화하는 추세다.

회사는 지난 15일 분기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인프라 공사 본격화에 힘입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931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8일에는 환경부 등과 함께 국산화에 성공한 초순수를 SK실트론 구미 공장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 라인에 국내 최초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지난 2023년 분리막 전문 강소기업인 세프라텍의 지분을 인수하며 초순수 핵심 부품 기술(탈기막) 개발에 선제 투자한 바 있다. 

하수 재이용부터 초순수 제조까지 이어지는 하이테크 물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SK에코플랜트가 현장 공급 실적을 바탕으로 기술적 성과를 가시화하자, 삼성E&A가 핵심 라이선스를 보유한 한국수자원공사와의 협력 모델을 통해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미세 오염물질까지 제어하는 첨단 초순수 기술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보유 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과 미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초순수 플랜트는 완공 이후에도 반도체 공장 가동 기간 동안 필터 교체나 수질 관리 등 운영·유지보수(O&M) 부문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대규모 투자가 단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의 차세대 초순수 플랜트 공정을 두고 양사의 수주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주도하며 올해 인프라 착공이 본격화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한국수자원공사가 통합 용수 및 초순수 공급 사업의 발주를 주도함에 따라 양사의 복잡한 수싸움이 예고된다.

SK에코플랜트가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가질 것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공공 발주의 특성상 공개 경쟁 입찰이 필수적인 데다 대규모 프로젝트의 리스크 분산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E&A가 수자원공사의 맞춤형 파트너로 나선 만큼, 용인 현장 역시 단순한 수의계약이 아닌 기술 입찰 경쟁이나 컨소시엄 싸움으로 전개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바닷물 담수화 및 하수 처리 시설 사업을 비롯해, 산업용수 수요가 급증하는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서도 바닷물이나 폐수를 고도로 정제해 첨단 공정에 필수적인 초순수로 만드는 기술력이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E&A와 SK에코플랜트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운영 파트너십을 앞세워 국내외에서 치열하게 맞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처리업계 한 관계자는 “초순수는 물을 극도로 깨끗하게 거르는 과정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기술 장벽이 있다”며 “공장이 완공된 후에도 반도체 라인이 가동되는 수십 년 동안 필터를 바꾸고 수질을 관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건설업계에는 안정적인 수익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일본, 미국 기업과의 실전 시공 및 운영 실적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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