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한 MBK파트너스 제재와 PEF 제도 개선 작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정부와 업계에서는 내달 지방선거 이후 관련 논의를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의 MBK에 대한 제재안은 지방선거 전까지 제재심의위원회에 상정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금감원이 MBK에 기관 사전 통보를 한 이후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결론을 내지 못하는 셈입니다.
홈플러스의 기습 회생 신청에서 시작된 각종 논란 끝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최대주주 MBK에 영업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를 사전통보했습니다.
금감원의 제재심에선 MBK의 자본시장법상 불건전 영업행위 여부를 포함해 내부통제 의무 위반,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출자자 이익 침해, 위탁운용사(GP) 적격성 여부 등을 다뤘습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중순 첫 제재심을 열고 MBK에 대한 징계 수위를 확정하려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후 지난 1월 중순 열린 2차 제재심에서도 보류됐습니다.
앞서 제재심에선 MBK 징계에 대한 법리적인 근거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고, 이후 금감원은 지난 3월에 해당 내용을 보완한 논의를 지속하려했으나 또 한번 미뤄지게 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MBK에 사전 통지한 영업정지 기류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MBK가 지난 3월 1000억원 규모의 DIP 금융(기존 경영자의 경영권 유지하에 회생절차 기업에 대한 자금대여)을 투입하고 홈플러스 회생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입니다.
금감원은 제재 양정을 결정할 때 사후 수습과 시정 노력, 피해 배상 등을 감경 사유로 참작하고 있습니다. 이에 홈플러스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사후 수습 방안을 제재 수위에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각에서는 대내외적인 상황 때문에 금감원이 기존 중징계안을 그대로 밀어부치기에 주저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직무정지를 포함한 중징계는 사모펀드 역사상 전례 없던 일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MBK가 직무정지 제재를 받게 되면 행정소송 등 곧바로 법리적 다툼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MBK에 대해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가 결정되면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점도 부담입니다.
이러한 배경 탓에 금감원을 향한 질의가 쏟아지자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월 "상반기 내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고, 황선오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MBK는 아직 다음 제재심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판단이 바뀌었다고 보는 모습입니다. 최근 MBK는 펀드의 유한책임사원(LP) 기관 출자자들에게 '금감원으로부터 직무정지 등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문구를 담은 문서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정 부분 금감원이 중징계에 드라이브를 거는 분위기였는데 계속 미뤄지다보니 금융위나 국회 등 다른 정무적인 상황에 따라 수위가 낮춰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담은 PEF 제도 개선안도 마찬가지입니다.
MBK의 홈플러스 사태로 촉발된 PE F제도 개선안은 지난해 금감원과 금융위가 사모펀드운용사들에 대한 규제와 정보 공개의무, 내부통제 등을 강화하겠다며 마련한 내용입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최종적으로 한정애·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기로 가닥을 잡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올리기로 했습니다.
해당 안건은 같은 달 말 소위에서 논의가 되기로 했으나 이 또한 하세월입니다. 지난 15일 정무위 소위에도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지방선거 이후에야 논의가 이뤄질 전망입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회 입장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굳이 민감한 PEF 관련 법안을 서둘러 처리할 유인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MBK 사태로 촉발된 사모펀드의 공적 책임 강화와 제도 개선 논의가 선거 국면이라는 정치적 변수에 부딪혀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