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경기를 하려고 온 것이다. 오직 경기에만 집중하겠다.”
하늘색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자리한 리유일 감독과 김경영 선수는 시종일관 무표정했다. 자신들을 응원하는 목소리에도 특별한 소감을 밝히지 않았다.
12년 만에 남한 잔디를 밟는 북한 여자 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이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내고향은 20일 열리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토너먼트를 위해 지난 17일 방남했다. 북한 여자 축구팀의 방남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으로는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8년 만이고,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의 공식 방남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경기는 클럽 대항전을 넘어 남북 스포츠 교류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주목받는다. 내고향의 준결승전 상대는 수원FC로, 남북대결로 치러진다. 이를 위해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평화포럼 등 국내 민간단체 200여 곳이 3천명의 ‘여자축구 공동응원단'을 결성하는 등 관심이 뜨겁다.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약 3억원을 집행하기도 했다. 내고향 입국 당시 공항에도 응원단이 모였다. 리유일 감독은 응원 열기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이 곳에 철저하게 경기를 하려고 왔다. 응원단 문제는 감독으로서, 또 팀 선수들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오직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을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평양을 연고로 한 내고향은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2012년 창단 이후 10년 만에 북한 여자 1부 리그에서 우승한 저력의 팀이다. 북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핵심인 리금향과 김경영이 주축으로 활약한다. 수원FC가 가장 경계할 대상이다. 두 팀은 지난해 11월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맞붙었다. 당시 내고향이 3-0으로 완승을 했다. 북한 특유의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 플레이에 기술 축구의 수원이 고전했다. 김경영은 “인민들과 부모·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준결승전 승자는 멜버른 시티(오스트레일리아)와 도쿄 베르디(일본)의 승자와 23일 같은 구장에서 우승컵을 두고 다툰다. 우승상금은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이다. 내고향은 결승에 진출하면 24일 출국한다. 준결승에서 경기를 마치면 21일까지 한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음은 기자회견 일문일답이다. 주최 쪽은 북한 팀의 기자회견을 앞두고는 “가급적 경기 관련 질문 위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내일 경기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내일 경기 상황은 비교적 준비가 괜찮다고 볼 수 있다.”(리유일 감독)
-이번 4강 전에서 조별리그에서 만났던 팀을 다시 상대하게 됐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팀을 만나면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보나.
“4강에 모인 네 팀은 모두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조별리그에서 맞붙어서 누가 강하고 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내일 경기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리유일 감독)
-공동응원단 3천명이 (수원FC와 함께) 내고향도 응원하기로 되어 있다. 한국에 도착했을 때부터 느꼈겠지만, 이 응원단에 대한 감정을 묻고 싶다.
“우리는 이 곳에 철저하게 경기를 하려고 왔다. 응원단 문제는 감독으로서, 또 팀 선수들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오직 내일 경기와 앞으로 있을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리유일 감독)
-앞으로의 경기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4강 경기이고 중요한 경기다. 준비를 잘하겠다. 팀의 주장으로서 공격수로서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김경영 선수)
-경기 앞두고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선수들끼리 특별히 나눈 얘기가 있나
“분위기는 아주 좋다. 응원해주시는 인민들, 부모·형제들의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것이다.(김경영 선수)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