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전인미답의 8000선을 밟은 코스피가 유례 없는 변동성을 보이며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시장을 이끌고 있거나 특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종목들의 과거와 전망을 살펴본다. '틱'은 증시에서 가격이 움직이는 최소단위를 말한다.
KB금융지주가 지난 2년간 국내 증시에서 극적인 주가 반등 궤적을 그린 대형주 중 하나로 부상했다.
2024년 5월20일 종가 8만1600원이던 주가는 2026년 5월18일 15만3000원으로 87.5% 올랐다. 전고점인 2026년 2월23일 17만2500원까지 거슬러 오르면 저점 대비 상승률은 124.6%에 달한다.
2024년 상반기 KB금융 주가는 7만6800~8만5000원 사이를 오갔다.
2024년 8월5일에는 일본발 엔 캐리 청산 쇼크로 7만6800원까지 밀리며 연중 저점을 기록했다.
전환점은 10월14일이었다. 이날 하루에만 5900원(6.46%) 급등하며 9만7200원에 마감했다. KB금융이 2024년 10월24일 밸류업 방안 공시를 예고한 직전이다.
10월25일에는 10만1000원을 돌파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10만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그러나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는 주가에 직격탄을 날렸다. 12월5일 하루 등락률 -10.06%를 기록하며 8만5800원까지 추락했다. 이후 2025년 1분기까지 8만3000~9만1000원대에서 4개월 가까이 횡보했다.
국면전환···주가 재점화와 가파른 상승
2025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재상승이 시작됐다.
10월15일 하루에만 +4.33%를 기록하며 11만5700원으로 뛰었고, 11월에는 12만원대를 안착시켰다. 2025년 연간 실적 발표(2026년 2월)가 가까워지자 주가는 가속도를 붙였다.
2026년 2월6일 +7.03%(14만9300원), 2월11일 +5.79%, 2월12일 +2.43%가 연속 이어지며 2월23일 52주 최고가인 17만2500원을 찍었다.
이 구간의 핵심 촉매는 두 가지였다.
2025년 연간 당기순이익 5조8430억원(전년대비 +15.1%) 사상 최대치 달성과, 이사회가 상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1조2000억원을 결의한 것이 맞물렸다.
그러나 고점 직후 조정이 왔다.
2026년 3월4일에는 하루 -10.29%로 13만7700원까지 밀렸고, 3월 한 달간 13만7700원~15만5200원을 오갔다.
4월1일 하반기 예고인 자사주 추가 매입 소식이 재확인되며 +4.51% 반등했고, 4월16일에는 +2.59%로 16만2300원을 회복했다. 5월18일 현재는 15만3000원으로 최고가 대비 약 11% 아래에 있다.
수급의 역설···기관이 사고, 외국인이 팔았다
2년치 누적 수급 데이터는 흥미로운 구조를 보여준다.
전체 기간 외국인은 2조7543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기관은 2조9086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물량을 받아냈다.
기관 내에서는 금융투자(증권사 자기매매)가 2조701억원으로 가장 많이 샀고, 연기금은 오히려 970억원 순매도했다. 개인은 1219억원 소폭 순매도에 그쳤다.
이 구조는 통상적인 외국인 주도 상승장과 정반대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파는 동안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국내 기관의 확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이 자기 돈으로 KB금융을 2조원 넘게 사들인 것은 주주환원 확대와 이익 개선의 지속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별 수급 흐름을 보면 국면마다 주도 세력이 뒤바뀌었다.
2026년 2월6일 기관 +1조1291억원, 외국인 -5283억원, 2월12일 기관 +7223억원, 외국인 -9048억원처럼 고점 형성 구간에서 기관이 대규모로 사들이며 외국인 차익 실현 물량을 소화했다.
3월 급락 구간에서도 기관이 방어 매수에 나서며 낙폭을 제한했다.
반전은 5월에 나타났다. 5월6일부터 8일까지 외국인이 6754억·4199억·3352억원을 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차익 실현을 마친 외국인이 다시 '저가 매수' 논리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KB금융 주가·수급 동향 (2024~2026)
주가(좌축, 원) / 기관·외국인·개인 누적 순매수(우축, 억원)
- ① 2024년10월25일 밸류업 방안 공시 → 10만원 돌파
- ② 2024년12월3일 비상계엄 → 주가 급락(-10.06%)
- ③ 2026년2월23일 52주 최고가 17만2500원 (연간 순이익 5조8430억원·자사주 1조2000억원 매입 결의)
- ④ 2026년3월4일 급락(-10.29%) 후 4월 반등
자료: 한국거래소·KB금융지주 공시 / 주: 수급은 누적 순매수 기준
실적의 두 기둥, 이자이익 방어와 비이자이익 폭증
주가 랠리를 지탱한 실적의 본질은 명확하다.
2025년 그룹 순이자이익은 13조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증가에 그쳤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은행 순이자마진(NIM)이 1.74%로 4bp 하락한 영향이다.
하지만 비이자이익이 4조8721억원으로 16.0% 급증하며 이를 상쇄했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응한 운용 수익과 수수료 수입이 두 자릿수 성장을 이끌었다.
2026년 1분기에는 이 흐름이 더 뚜렷해졌다. 그룹 비이자이익이 1조65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7.8% 늘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머니무브 환경에서 KB증권이 기관주식 시장점유율 12.6%(1위)를 달성하고, 신탁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8.4% 급증한 것이 핵심이었다. 비은행 이익 비중이 43%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KB금융이 2024년10월 공시한 밸류업 방안의 핵심 공식은 단순하다.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연말 기준 13%를 넘는 자본을 다음 해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연중 13.5% 초과분은 하반기에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쓴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이행 경과는 합격점이다. 2025년 말 CET1비율은 13.79%로 목표치를 상회했다. 총주주환원율도 2024년 39.8%에서 2025년 52.4%로 12.6%p 뛰었다.
주당배당금(DPS)은 2024년 3174원에서 2025년 4367원으로 37.6% 늘었고, 2026년 1분기에는 1143원으로 전년 동기(912원) 대비 25.3% 올랐다.
이사회가 2026년 4월23일 결의한 기보유 자사주 1426만주(약 2조3000억원) 전량 소각은 단순한 주주환원을 넘어 유통주식수를 구조적으로 줄이는 전략이다. 2026년 들어 단행 혹은 예정된 소각까지 포함하면 2025년 말 대비 유통주식 수가 약 7% 감소한다. 주식 수가 줄면 같은 이익에서도 EPS와 DPS가 자동으로 오른다.
증권사들의 시선도 낙관적이다.
평균 목표주가는 19만2529원으로 현재가 대비 25% 이상의 상승 여력을 반영한다. 미래에셋증권은 21만6000원, 키움증권은 22만원을 제시하며 최상위권 목표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리스크도 존재한다.
2026년 1분기 CET1비율이 13.63%로 전분기 대비 19bp 하락한 것은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증가(+8.2조원)가 주된 원인이다.
KB손해보험의 손해율이 2025년 82.8%에서 2026년 1분기 83.1%로 소폭 상승하는 추세도 보험 부문 수익성에 부담이다. 장기적으로 NIM 방어 여부도 관건이다.
수급 측면에서는 2조7000억원 넘게 판 외국인이 다시 돌아오느냐가 변수다. 5월 들어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순매수로 돌아선 것은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신호다. PBR 기준 현재 약 0.97배로 공시 당시(0.61배)에서 크게 올랐지만, 목표인 1.0배까지는 아직 여지가 있다. KB금융이 설계한 '주당가치 성장의 방정식'이 계속 작동한다면, 그 여정의 끝에 PBR 1.0배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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