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과의 전쟁 와중에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데에는 올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라이벌’을 견제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이스라엘 매체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지난 14일 엑스(X)에 성명을 올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전쟁 도중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과 비밀리에 회담했다고 밝혔다. 둘은 지난 3월26일 오만 국경 인근의 오아시스 도시인 알아인에서 만나 몇 시간 회담을 가졌다고 한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 외교부는 성명을 내어 “네타냐후 총리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했다거나, 이스라엘 군사 대표단을 자국 내에서 접견했다는 주장에 관한 보도를 부인한다”며 “아랍에미리트의 공식 권한을 가진 당국이 발표하지 않은 미공개 방문이나 합의에 대한 모든 주장은 사실 근거가 없다”고 방문 사실을 부인했다.
당시 이스라엘 총리실은 극비 방문 사실을 굳이 공개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이스라엘 채널12는 “순전히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숨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방문 사실을 공개한 것은 정치적 라이벌인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도 14일 아랍에미리트에 방문해 무함바드 빈 자이드 대통령과 고위 정부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앞서 베네트 전 총리는 지난달 26일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와 정당 합병을 발표했다. 두 전직 총리는 2021년 선거에서도 연합해 네타냐후 총리의 12년 독주 체제를 끊어낸 바 있어 네타냐후 총리의 가장 강력한 정치 라이벌로 꼽힌다. 특히 여러 전쟁 영향으로 최근 이스라엘 내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안보 신뢰’가 매우 떨어진 상태다.
복수의 소식통은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방문은 비공개인 상태에서 베네트 전 총리의 방문이 공개되면 ‘네타냐후는 아랍에미리트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이라는 인식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실은 비공개를 유지하기로 했던 외교적 관례를 어기고 방문 사실을 공개했다고 한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란에 대항하는 이스라엘과 대놓고 연대하는 모습이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국가의 비밀회담 보도가 나온 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위대한 이란 국민을 적대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도박이다. 이스라엘과 결탁한 것은 용서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과 공모해 분열을 조장하는 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